현오석-조원동 팀 퇴진 위기
[뉴스핌=이영기 기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비롯한 박근혜정부의 경제팀이 위기에 몰렸다.
대통령이 금융감독체제개편 및 정책금융개편과 관련해 이미 두 번의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세제개편 방안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퇴를 거론하는 정치권의 분위기에 이어 금융권에서도 이에 대한 여론이 만만찮다.
공무원들의 억울하다는 입장과 달리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총리가 물색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개최 예정이던 정책금융개편 TF(태스크포스)회의는 열지 않고 청와대로부터 재검토 지시를 받은 후 공을 들인 개편방안에 대해 관련 부처 조율을 신속하게 마무리키로 했다.
조율을 거쳐 오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확정하면 바로 공식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수요자 입장 재검토 지시 이후 상공회의소나 벤처캐피탈협회 등 관련 단체들의 입장 표명에 금융위는 상당한 부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날 개최되는 TF회의를 주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제개편안도 들끓는 여론으로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가 떨어진 상황이라 결론을 내는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현 정부의 인사스타일은 미국의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됐을 때와 유사하다"며 "금융팀 수장이 관료사회의 힘을 모아낼 수 있을 지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도 아니고 경제부처에서 벌써 재검토가 세 번째란 점을 지적했다.
반면, 경제관련 부처의 한 국장은 "외부에서 그냥 보는 것과 일을 실제 추진하는 공무원 조직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세제개편안은 불거진 문제가 입안된 정책보다는 정치적 사안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국장은 "취득세율 인하의 경우도 그렇다"며 "선거를 통해 뽑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한 측면이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앞의 임원은 "정치적 사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총리 자리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렇다면 국장들이 정책입안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재검토 사안 3개 모두가 부처간 조율도 관련됐지만, 무엇보다도 정부부처를 넘어서는 수요자 입장, 국민의 입장에서 반응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초 국무회의에서 주택취득세율 인하에 대한 부처간 불협화음에 대해 "부처간 이견만 노출돼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었다.
부처간 업무를 조정하는 것은 부총리의 임무 중 하나다.
나아가 정책금융재편과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부처간 업무조정을 넘어 국민이나 기업의 반응을 충분히 수용해야한다는 입장도 강조됐다.
7월 말에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 한 회의에서 "정책기능 재편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금융개편도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 개편을 추진해 나가야 되고 국가 전체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제개편안이 문제가 되기 전에 이미 두 번에 걸쳐 대통령으로부터 정책조율이나 정책의 대상자들을 중시하라는 가이드가 나온 셈이다.
세제개편이라는 사안의 무게도 무게이지만 삼세판, 세번째 재검토 지시는 이런 측면에서 현오석 경제팀에 대한 엄청난 경고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삼세번이면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대목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흘러나온다. 전날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도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희생을 요청해야 하는데, 지금 경제팀은 이제 그럴 능력이 없다"며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말고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하루만에 재검토를 끝낸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경제부총리가 정치적 감각이 있고 조정력이 있는 정치권에서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새 정부 들어 경제정책을 두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머리를 맞대던 사람이 이제는 바뀔 판'이라는 우려의 분위기가 금융권에 점점 진하게 스며드는 형국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현 부총리가 김중수 총재와 머리를 맞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상대가 바뀔 판"이라고 위기감을 더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