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변론 재개 결정이 나면서 SK그룹 안팎의 시선이 모였던 최태원 SK 회장 형제의 항소심 공판이 이변 없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SK그룹 펀드 자금 횡령 혐의의 핵심 배후로 지목돼 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증인 채택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판부는 최 회장 측 변호인의 주장을 ‘기초가 없는 주장’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최 회장 패소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의 증인 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최태원 피고인 측에서 김원홍에 대한 증인신청을 해왔는데, 이것은 김원홍이 이 법정에서 공소실에 반하거나 탄핵하는 내용을 기대하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원홍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은 피고인이 제출한 최태원 및 최재원 관련 녹취록과 녹음 파일에 자세히 나와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녹음파일 및 녹취록이 탄핵증거 가치를 가지는 검토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만 별동 증언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김원홍이 당장 내일온다고 하더라도 재판부는 증인 채택 의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김원홍이 입국하는 것은 100% 기정사실로 언제 오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증인 채택 의견을 재차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각됐다.
이에 앞서 김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체포된 바 있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해외로 출국한 뒤 귀국을 하지 않고 있던 만큼 최 회장 측은 그의 체포를 계기로 증인 신청 등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기대는 무산됐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변론 재개 판단이 김 전 고문 증인 채택과 무관한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향후 내려질 선고공판에서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매우 빈약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수차례 강조했다.
문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은 펀드 설립과 선지급이 가장 핵심이고 본질이고 범죄인데, 최태원 측은 핵심은 인정하면서 범죄 동기 및 경위에 대해 부정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소사실의 동기와 다르다고 무죄일 수는 없는 것이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만일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다른 동기가 존재한다면 동기가 없어서 무죄라는 주장은 기초가 없어지는 공허한 주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재판부의 판단이다.
직접 유죄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최 회장의 핵심 주장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죄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 SK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이날 변론 재개의 주요 이유인 공소장 변경도 피의자 중 한명인 김준홍 전 베스트인베스트 대표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 될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 측의 자금 조달 및 펀드구성·인출을 직접 시행한 공범으로 지목돼 왔지만 항소심 들어 최 회장 측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재판부는 기존 검찰의 공소사실은 최태원, 최재원, 김준홍 세 사람이 공모한 것으로 돼 있고 최태원이 제1금융 및 저축은행 대출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 겪었던 것으로 돼 있지만 변경되는 공소장에는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포함됐다.
최 회장 형제가 SK C&C 지분 담보 대출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담보 없는 자금 조달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펀드를 결성, 선지급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이 나왔다는 내용 등이다.
이번 공소장 변경은 유·무죄나 양형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의 분위기는 썩 곱지 않다는 평가다.
기대했던 김 전 고문의 증인 채택이 불발로 그쳤고 심지어 재판부가 최 회장 측 핵심 쟁점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이공현 변호사는 “김원홍 증인 신청이 기각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재판부가 증인신청을 기각해 아쉽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속해서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이다. 재판부는 이날 공소장 변경에 따른 변론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