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아 금융권 '고유영역 파괴' 계속
[뉴스핌=노희준 기자] 은행권이 증권가 고유의 먹을거리로 여겨졌던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인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시장과 투자일임업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9월초 ELB 발행과 관련한 업계 모범규준 초안을 업권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9월초까지 업권 관계자들과 몇차례 모여 모범규준 초안을 작성해 당국에 제출했다"며 "금융투자협회의 모범규준에서 은행에 적용되는 사항을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월 29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은행에서도 ELB를 발행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이전까지 은행권에서는 증권사에서 발행한 ELS를 '판매'만 해왔다.
ELB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원금보장형 ELS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ELS와 속성은 기본적으로 같다. 특정 주가종목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기초자산이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약속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자료=예탁결제원] |
다만, 현재 ELB 시장의 문은 열렸지만,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시장 진출에 급하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ELS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데다 ELB는 채권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ELS 발행금액은 분기별로 하락 추세다. 1분기 12조9874억원에서 2분기 11조2640억원, 3분기 6조8800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3분기 ELB에 해당하는 전액보전 ELS는 전분기 대비 51% 가량이 감소해 발행금액이 1조8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8월 29일 이후 발행된 ELB제외된 금액).
하지만 원금 보장형 ELS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원금 보장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이번 분기(4분기)에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양사태로 기업어음(CP)등 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자극되고 있는 것도 ELB시장이 커질 수 있는 시장 환경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B 발행준비를 하고 있다"며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이에 맞춰 발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ELB시장과 더불어 투자일임업 시장에 대해서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투자일임업은 고객으로부터 투자판단을 모두 위임받아 투자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은행이 일임업을 하게 되면, 가장 크게는 은행 PB가 랩 어카운트를 통해 고객 자산을 직접 굴릴 수 있다. 현재는 투자 '자문'만 허용되고 있다.
투자일임업 시장은 커지는 추세다. 일임업 수탁고는 지난 2010년말에 235조원에서 2011년말에 285조원, 2012년말 332조원, 2013년 6월말에는 367조원까지 커져 4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은행권은 자산관리시장 발전과 고객에 대한 적기의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 저금리 시대에 비이자수익 강화 차원에서 투자일임 진출을 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말 '금융비전' 발표 이전에 은행의 투자일임 진출 허용에 대해 결정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속에 고유의 영역이라고 봐왔던 ELB와 투자일임업 시장에 은행권 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속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실적 부진으로 고민인 상황에서 리테일 기반이 증권쪽보다 넓은 은행이 증권가 고유의 영역으로 진출하려 하는데 속이 편할 리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고유 영역 파괴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저성장은 금융권 전체가 모두 직면한 상황인 데다 새로운 수익창출의과 종합자산관리에 대한 서비스 필요성 등은 장기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