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LH·수공에 보금자리·4대강등 부채넘겨
공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는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부채가 500조원에 달하는 '부실덩어리'라는 인식이 혼재돼 있다. 정권 초기마다 반복되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 이로 인해 이어지는 방만경영과 비리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문제다.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란 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장 자리가 대선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제는 공기업이 정부의 국책사업을 수행하며 늘어난 빚은 단지 공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부,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핌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제기된 공기업의 부채구조와 실태를 진단하고 대한민국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개혁방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김민정 기자] 공기업들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전가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이 현상은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반복되면서 공기업 부채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의 대선 공약이 빚을 키운 사례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자원공사가 대표적이다. LH는 보금자리주택,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을 떠안으며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빚을 졌다.
공기업 중 대표적인 '부채괴물'로 지적되는 LH의 부채는 올해 6월 말 기준 141조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부채/자산)은 466%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다. 하루 이자만 123억원 규모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공의 빚은 현재 약 13조7000억원. 지난 2006년 1조원대에 머물던 부채규모가 7배 이상 증가했다.
◆ 공약사업 이행에 부채 떠넘기기 ‘악순환’
국민임대아파트 등 초기투자 비용은 크고 비용 회수기간은 긴 LH 사업 특성상 어느 정도의 부채 규모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부채 규모가 아니라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있다.
2008년 85조8000억원이었던 LH의 부채는 1년 만에 109조2000억원으로 뛰었고, 다음해에는 121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부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LH 부채는 2017년 1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08년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부채는 정부가 부동산 관련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전가된 탓이 크다.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LH가 떠안게 된 빚은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2008년부터 늘어난 LH 부채 규모의 절반이 넘는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LH 부채가 141조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은 역대 정부에서 기업도시를 한다, 혁신도시를 한다, 보금자리를 한다고 하면서 LH에 일을 다 벌이도록 한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비용회수가 이뤄지면서 부채 증가율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사업이 ‘빚 늘리기 레이스’의 바통을 이어 받고 있어 일각에선 또다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행복주택사업의 예산은 총 20조~30조원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신장용 의원은 “LH는 행복주택 사업으로 6조원 이상의 추가 부채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전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으로 22조원의 부채가 발생했는데 행복주택 사업마저 시행할 경우 파산하거나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공의 상황도 비슷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수공의 빚도 최근 몇 년새 급격히 늘어났다. 수공이 최근 국정감사 기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조7346억원에 머물던 수공의 부채는 지난해 13조7046억원까지 무려 7.85배나 급증했다.
수자원공사 금융부채 및 이자비용 현황(자료=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실) |
이중 대부분은 금융부채 증가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금융부채는 1조402억원에서 11조7921억원으로 11배나 폭증했다. 이명박정부는 22조원의 거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4대강사업에 착수하면서 예산부족분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자체조달하게 했다. 정부가 4대강사업에 착수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늘어난 금융부채는 9조4383억원이며 이중 약 75%인 7조714억원이 4대강사업으로 인한 금융부채다.
수공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일선 공기업까지 저희 뿐 아니라 부채는 많다. 공사의 경우 자체사업 수행보다는 4대강사업으로 정부의 방침이나 정책에 따라 사업한 것이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이나 신도시건설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의 경우 6000억원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차원에서 할 것과 공기업 차원에서 해야 할 것에 대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며 “사업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해야 한다면 그것을 누가 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親정부 낙하산인사, 빚 떠넘기기의 토대
이처럼 공기업이 막대한 빚을 지면서까지 정부의 공약이행에 협조하는 데는 낙하산인사도 일조했다. 정권마다 공기업에 낙하산인사를 내려보내고 정권이 끝날 때는 임기에 관계 없이 사퇴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지면서 공기업에 모든 부담과 책임을 떠넘기기 좋은 여건이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LH와 수공의 빚이 급격히 늘어난 지난 정권에서 두드러졌다. 이지송 전 LH 사장은 1976년 현대건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주무관리하는 등 대표적인 ‘현대 MB맨’으로 꼽힌다.
4대강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김건호 전 수공 사장도 ‘MB맨’으로 불린다. 그는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수공 사장을 맡은 후 4대강사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