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업비 부담없이 임대주택 지을 수 있어..142조 부채 해결 '신호탄'
[뉴스핌=이동훈 기자] 국토교통부가 국민주택기금으로 임대주택 리츠를 만드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안정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도맡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으로 빚을 내지 않고 임대주택을 짓기 어려워져서다.
10년 후 분양주택으로 전환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어 LH가 홀로 자금을 조달해 짓고 있다. 가구당 7000만~7500만원 선의 국민주택기금 융자(대출)와 LH 자체 자금으로 건설한다. 임대주택의 입주민이 내는 임대료로는 주택기금과 공사비 이자를 메우기도 벅차다.
하지만 임대주택 리츠가 도입되면 LH의 자금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LH는 토지만 대면 된다. 공사비는 리츠 투자로 메운다. 리츠의 자본금은 주택기금에서 30~40%,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가 맡는다.
때문에 임대 리츠는 재정난에 처한 LH의 부채를 줄이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LH는 올해 6월 기준 142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대로 두면 오는 2017년 LH 부채는 17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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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2017년 부채 170조 전망
올해 6월 기준 LH의 부채는 약 142조원이며 이중 금융성 부채는 약 107조원이다. 이는 14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부채 214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루에 이자만 123억원을 내고 있다.
LH는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갚고 있다. LH는 지난해 18조3717억원의 매출에 1조40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1년간 갚아야 하는 금융성 부채의 이자는 4조4000억원에 달한다. LH는 결국 벌어서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셈이다.
LH의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워 진 것은 주로 정부의 국책사업 때문이다. LH의 부채는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관련 부채와 정책사업 부채가 각각 62조1000억원, 79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른바 돈이 안되는 정부사업을 하다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LH(옛 주택공사)의 부채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과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급증했다. LH의 재무역량을 넘어선 대규모 정책사업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향후 자금부담도 적지 않다. LH는 향후 5년간 수익이 나지 않는 임대주택을 매년 11만 가구를 지어야 한다. 7만가구는 새로 건설해야 하며 4만가구는 돈을 들여 사들여야 한다. 모두 LH에 재정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때문에 LH의 부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말이면 LH의 부채가 151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7년에는 170조6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이뿐 아니다. 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복주택 건설까지 떠안아 LH의 부채는 전체 국민연금과 맞먹는 18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LH는 주거복지를 전담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정책 사업을 몰아주고 있어 부채는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자료 : 기획재정부 2012~2016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전망치
◆LH 부채 불똥 '먹튀 논란'
LH의 과도한 부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LH가 도로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미리 받아 놓고도 제 때 지어주지 못하고 있다.
LH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등에 포함해 건설비를 받고도 짓지 않고 시설 사업비만 수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사기분양 소송을 당하고 있다. 가구당 수 천 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될 형편이다. 파주, 김포, 인천 청라국제신도시 입주민들은 LH가 사업비를 받아 '먹튀'했다고 아우성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기반시설인 지하철과 다리다. LH는 인천 청라국제신도시에서 서울지하철 7호선 사업비로 1조2000억원을 미리 받았다. 하지만 2008년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청라지구는 여지껏 지하철 공사를 시작도 못했다. 호수공원은 당초 약속했던 사업비를 절반으로 줄여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입주민들은 지하철 사업비 1조2000억원을 분양가에 포함해 미리 내놓고도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미리 받은 사업비를 돌려줄 여력이 없다. 이를 위해선 또 채권을 발행해 빚을 끌어올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포한강신도시도 마찬가지다. LH는 이곳에 오는 2018년까지 '김포도시철도'를 개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비 가운데 입주민이 부담해야할 4500억원도 이미 받았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착공했어야할 김포도시철도는 이제야 사업 논의를 시작했다. 사업비 부담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것. 결국 건설사들이 입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꼴이 됐다.
그동안 LH가 무상으로 지어줬던 도서관, 주민체육시설 같은 소규모 편익시설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이들 시설은 택지개발사업 이익을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LH가 짓는 것이다. LH는 택지개발사업 이익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무상으로 편익시설을 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대리츠, LH 부채 해소 '신호탄'
LH의 재정난은 결국 정부가 풀어야할 과제가 됐다. 주로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빚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상안을 내놓은 임대주택 리츠는 LH의 부채축소 방안으로 꼽힌다.
다만 걸림돌은 수익성과 기금투자에 대한 오해다.
임대리츠는 10년간 입주민으로부터 받는 임대료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입주 후 10년 때 분양전환한 금액으로 자본이익을 얻을 수 있다. 10년 만기 리츠의 운영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임대리츠가 수익만 보장된다면 부족한 장기 투자시장을 활성화는 데 한몫 할 수 있다.
다만 임대료로 적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에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 들이는 데엔 수익이 관건"이라며 "10년간 받는 임대료로 배당을 해줄 수 있을 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부실 처리를 위한 기금 투입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오해도 임대 리츠의 걸림돌이다. 채권이나 복권기금으로 조성되는 주택기금으로 공기업인 LH의 자금난을 덜어 준다는 비판을 일부에선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준조세를 임대주택 건설이라는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타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을 걷어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LH는 임대주택 뿐 아니라 공공분양아파트 건설에도 기금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영 LH 사장은 주택개발리츠가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보고 더욱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LH 관계자는 "주택개발 리츠와 임대주택 리츠가 활성화 되면 LH의 부채 축소에도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며 "정책사업에 따른 부채는 어쩔 수 없더라도 토지와 집이 팔리지 않아 생기는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츠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