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주로 시제품 제작에 써왔던 '3D프린팅' 기술이 산업트렌드를 바꿀 '신기술'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기존의 복잡한 제조과정 없이 설계도와 3D프린터만으로 제품 제조가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제조 속도나 기기와 소재의 높은 가격, 소재의 다양성 등에 대한 한계가 거론되며 대중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최근 특허가 풀리면서 기기의 가격이 떨어지고, 기술개발로 다른 제반 여건들도 개선됐다. 본격적인 3D프린팅의 대중화 시대가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3D프린팅 기술은 섬유산업을 기계화시켰던 '방직기계', 대량생산 시대를 열게 했던 '포드'사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이어 '맞춤형 소량 생산(Mass Customization) 시대'로 도약하는 '3차 제조업 혁명'을 촉발시킬 신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양섭 기자] 3D프린팅은 재료들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첨삭가공 기술을 이용해 3차원 그대로의 형태로 물체를 찍어낸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사물을 프린터를 통해 그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런 기술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기술의 토대는 이미 30여년전 공개된 것이지만 그동안 높은 가격과 제조 속도, 소재의 제한 등이 걸림돌이었다. 특허 제한이 풀리고 기술 발전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3D프린팅의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3D프린팅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제조업의 속성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산업구조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ICT융합..제조 벤처 창업 열풍
3D프린팅이 기존 제조업의 공정과정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금형제작'이라는 단계가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다. 금형제작이 필요없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 출시까지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조달, 생산기술, 유통 등의 복잡한 과정 때문에 제품 발명가들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품화하기 어려웠지만 이런 장벽들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에 참여하는 공급자들의 저변이 확대된다. 또 인터넷, 통신기술 등과 융합되면서 제조벤처 창업 열풍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장을 짓거나 외주제작을 할 필요없이 3D 프린터를 구매하거나 임대, 주문제작 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제품 제조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제조업에도 수많은 1인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원가관리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많이 팔아서 이윤을 확대하는 구조다.
3D프린팅이 대중화되면서 이런 규모의경제 효과가 상당히 약화된다. 규모의경제가 지배하는 제조업에서는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개발해서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처분됐다.
3D 프린팅은 빠르고, 간편하며, 소비자의 요구대로 맞춤화하기가 쉽다. 게다가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의 창의력이 대량 생산 시스템과 낮은 임금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개인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3D 프린팅으로 대신 생산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공유하고 필요하면 다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 제조업 판도 변화..초정밀 영역 확대
다국적 기업들은 헤드쿼터를 본국에 두고 각종 생산시설은 저임금 국가에 포진시켜왔다. 또는 외주업체를 이용해 원가를 낮췄다. 이런 패러다임은 3D프린팅이 활성화되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미국이 버락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3D프린팅을 통한 제조업의 부활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조공정이 단순하다 보니 굳이 저임금 국가를 찾을 필요도 없게 된다. 정밀한 설계도와 퀄러티 높은 기기와 소재가 있으면 고임금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제조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3D프린팅의 활서화는 미국 등 선진국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기업들의 U턴 현상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재의 발달은 기존에 불가능했던 초정밀 분야의 제조도 가능하게 한다.
최근 나노 미터 단위의 세부구조를 가진 제품들이 이미 3D프린팅 방식으로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심장 혈관에 삽입하는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stent), 통증없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마이크로 바늘(microneedles), 수 마이크로 미터 단위로 게코도마뱀(gecko)의 발바닥을 모사한 접착제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장기나 인체조직을 만드는데 3D 프린팅을 사용하는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도 이런 영역이다.
한편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오는 2021년 10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기업 홀러스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에 따르면 2012년 3D 프린터 생산과 서비스를 포함한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8.6% 증가한 22억 달러로 추산됐다. 시장 규모는 오는 2017년까지 60억달러, 2021년까지는 10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