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간 M&A로 몸집 불리기…정부-기업-학계, 기술개발에 총력
[뉴스핌=김동호 기자] 3D프린팅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제3차 제조업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D프린팅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스트라타시스(Stratasys)와 3D시스템즈(3D Systems)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기술특허 확보 등을 위해 앞다퉈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또한 기존 프린터 업계의 강자들도 3D프린팅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휴렛패커드(HP)가 독자적인 3D프린터 제품 개발에 나선 가운데 제록스와 캐논 등 경쟁업체들은 3D프린팅 시장의 선도 기업들과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별 경쟁도 점차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으며, 일본과 중국도 관련 기술 개발과 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선두 업체간 M&A 경쟁 '치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3D프린팅 시장은 현재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가 양분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는 지난 2011년 3D프린터 관련 특허를 다량 보유한 솔리드스케이프(Solidscape)와 2012년 이스라엘 오브젝트(Object)를 인수하며 3D프린터 판매 대수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앞서 스트라타시스의 시장 점유율은 39%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오브젝트는 압출적층 방식(FDM) 및 폴리젯 방식(Polyjet)과 관련한 원천기술 특허를 갖고 있는 업체다.
스트라타시스는 또한 메이커봇(MarketBot)을 인수를 통해 개인용 3D프린터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데, 메이커봇은 이 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스트라타시스가 추진한 M&A는 모두 6건이다.
3D시스템즈는 더욱 공격적인 M&A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광경화수지조형 방식(SLA)과 선택적 레이저소결조형 방식(SLS) 기술에 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3D시스템즈는 지난해까지 모두 39건의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2011년 11%에 머물렀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22%로 두 배 가량 늘었다. 특히 금속 3D프린터 업체인 피닉스시스템(Phenix Systems)과 Z코퍼레이션(Z corporation) 인수를 통해 제품군을 다양화 하고 있다. Z코퍼레이션은 3D 출력 재료 및 장비와 관련한 다양한 특허를 보유 중이다.
또한 함께 3D프린터를 개발해 왔던 제록스의 일부 연구·개발 부서를 인수하며 3D프린팅 관련 역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록스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된 3D프린터 '프로젯' 시리즈는 3D시스템스 인기상품이다.
◆ 기존 프린터 업체들도 관심…HP, 독자 개발 나서
3D프린팅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기존 프린터 업계의 강자들도 3D시장을 넘보고 있다.
HP가 자체 개발한 3D프린터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제록스·캐논 등은 스트라타시스나 3D시스템즈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 자리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제품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3D프린터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초 HP는 스트라타시스가 만든 3D프린터에 HP브랜드를 달고 판매해왔다. HP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스트라타시스에서 3D프린터를 공급 받았으나, 시장이 커지자 자체 생산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출하량 기준으로 3만8000대, 판매액 기준으로 2억9000만달러 수준이다.
특히 3D프린팅 관련 핵심 특허들이 만료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제품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커질 전망이다.
가트너는 3D프린터 출하량이 2012년부터 5년간 연평균 95% 가량 성장해 2017년에는 108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매출 규모는 연평균 82% 성장해 57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HP를 제외한 여타 업체들은 일단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3D프린터 업체들과의 사업 제휴에 나서고 있다.
캐논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일본에서 3D시스템즈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리코(Ricoh)는 뉴질랜드에서 메이커봇의 3D프린터 유통을 맡고 있다.
지난 15년간 3D시스템즈와 함께 3D프린터를 공동 개발해 온 제록스는 최근 일부 연구개발 부서를 3D시스템즈에 넘겼다. 다만 3D프린터로 의료용 임플란트나 기계 부품 등을 생산할 때 필요한 핵심 기술이 담긴 '프린트헤드' 개발 조직 등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3D프린터와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 핵심 부품인 프린트헤드를 3D프린터 업체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 각국 정부, 기업-학계 연계해 R&D 박차
기업들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도 3D프린팅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자국 기업들이 도태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3D프린팅과 관련된 시장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3D프린팅 시장은 미국의 주도 속에 유럽과 일본, 중국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이미 미국의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후발 주자들이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민간과의 연계를 통해 3D프린팅을 범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독일, 일본, 중국은 정부와 기업, 학계가 연계해 3D프린팅 관련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D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해 1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전문 연구기관도 설립했다. 또한 3D프린팅과 관련한 전문적이고 집약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3D프린팅 테크벨트도 건설했다.
EU도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을 늘리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3D프린팅 기술을 집중 육성키로 결정, 전략적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영국은 지난해 정부 산하 기술전략위원회에서 3D프린팅과 관련된 18개 프로젝트를 추친, 840만파운드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일본은 3D프린팅과 관련한 소재부문 기술개발에 주력, 5년간 30억엔을 투자키로 했다.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3D프린팅을 포함, 관련 기술 개발에만 4000만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3D프린팅 기술 개발을 위한 혁신센터를 구축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