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익, 가계소득으로 이전...내수부진 타계책
[뉴스핌=김민정 기자] 정부가 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의 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유입시켜 내수부진을 타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내유보금이란 일정기간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에서 세금이나 배당 등 회사 밖으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내부에 적립하는 자금을 의미한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지난 1990년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도입됐다가 2001년 폐지됐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정부는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중인 방안에는 대기업이 과도하게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중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477조원에 이른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사내유보금이 28조3000억원에 달한다.
1990년부터 2001년까지의 국내 법인들의 사내유보는 5% 수준이었으나,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제도가 폐지된 200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3배 이상 유보율이 증가했으며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기업들이 번 돈을 투자로 연결시키기 보다 사내에 유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무분별한 사내유보를 방지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의 적정수준의 사내유보금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인영 의원은 “현재 한국경제는 기업 이익이 늘어도 고용과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사내유보만 쌓이면서 내수와 수출, 가계와 기업 간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벌그룹이 과다한 사내유보금을 생산적으로 사용해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제도를 통해 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초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과세를 하면 배당액만 올리는 결과를 낳으므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합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투자가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도 사내유보금이 가계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후보자는 지난주 인사청문회 후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추가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가계소득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강구하겠다”며 “기업들이 유보금으로 근로소득과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재부는 사내유보금 과세 검토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