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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속살] 최경환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일들

기사입력 : 2014년08월21일 09:33

최종수정 : 2014년08월21일 10:12

[뉴스핌=김민정 기자] “최경환 부총리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 했을 일을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날 즈음 한 기재부 고위 공무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최 부총리가 지명된 지난 6월 13일부터 기재부를 비롯한 관가는 물론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은 들썩거렸다. 관료로부터 언론, 정치인까지 경험한 ‘강한 부총리’가 와서 정책 운영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성장론자'에 대한 환영이었다.

그는 이 같은 기대에 걸맞게 ‘실세’의 저력을 보여줬다. 후보자로 지명되자 마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겨울에 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그 동안 과다한 가계부채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줄줄이 최 부총리의 견해를 지지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진=김학선 기자)

취임(7월16일) 후 일주일 만에 그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 금융규제완화를 비롯해 대규모 재정·금융 투입 계획을 밝혔다. 

최 부총리가 청문회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 41조원의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 동안엔 추경이 아니고선 이 정도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실세’의 힘을 빌어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경제정책방향에 이은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도 최 부총리는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번 개정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포함한 가계소득 3대 패키지다. 이 패키지의 핵심은 '사내유보금 과세'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임금인상, 배당 등으로 가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 

이는 그동안 보수진영이 주장해오던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를 접고, 진보진영의 주장을 채용해 가계소득을 직접 올리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는 이미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지금까지 소위 보수 정당에서 추진해온 정책적 변화를 제가 시사하고 있다”고 말하며 가계소득 증대를 강조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명칭도 그가  직접 지었다.

또 하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다. 지난 14일 2.50%에서 2.25%로 전격 인하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시장참여자들은 최 부총리가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해왔다는 점을 상기하며 최 부총리의 힘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세법개정안 발표 6일 후에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도 최 부총리의 힘으로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영종도 복합리조트 설립과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도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서비스업 육성 정책은 수십년째 사회적 논란으로 자리잡으며 과제로만 남아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추진력은 미미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를 압박했다. 최소 30여건의 조속히 처리돼야 하는 투자, 주택, 민생 관련 법안에 실세 부총리의 힘이 얼마나 실릴지 본격적인 국회일정을 앞두고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경환이 아니었으면 내놓지 못했을 정책’들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져 ‘최경환이 아니었으면 하지 못 했을 일’이 될 지, 실패한 정책들로 변해 ‘최경환이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일’이 될 지는 그의 임기 말이나 돼서야 평가 받을 일이다. 한때 찬사 일색이던 일본 아베노믹스에 부정론이 거세지는 것도 쉽게 보지 말아야할 일이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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