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 급락…성장 정체에 정치 불안 가능성
[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6년간 신흥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정책에 노출돼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막대한 유동성이 선진국으로부터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으로 인해 신흥국들은 또다시 새로운 도전 국면을 맞게 됐다고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 QE 종료…신흥국 불확실성 증가 전망
글로벌 성장엔진으로 불리던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고 독일의 수요감소로 인해 유로존 경제도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반면 6년 동안의 막대한 유동성 유입으로 인해 많은 신흥국들의 자산가격과 국가채무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를 공식 종료하면서 신흥국 경제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 둔화로 인해 금속과 식품 등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 유가도 약세로 전환한 가운데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8월 말 이후 17% 하락한 배럴당 86달러를 기록 중이다.
◆ 달러화 강세…상품가격 하락 이어져
미국 부양책에 대한 반전 효과로 인해 달러는 강세전환하고 이는 상품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상품가격의 급락은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브라질과 러시아, 칠레 등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투자은행 노무라의 분석에 따르면 식품 및 에너지, 금속 등 주요 19개 품목의 가격 지수는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약 12% 하락했다. 또 올해 4분기에 추가로 10% 하락할 전망이다.
마이클 파워 인베스텍 투자전략가는 "상품 경기 하강국면이 아니라도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시작되면 신흥시장에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워런 버핏의 교훈처럼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신흥국 중산층 타격…정치적 불안 확대 가능성
상품가격 급락 등의 변동으로 인해 신흥국 내 정치적 불안이 확대될 수도 있다.
로브 수바라만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 국가들은 최근 10년간 상품시장 급등 현상으로 강한 경제 성장을 이어왔다"며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이들 국가의 새로운 중산층이 타격을 입으면서 정치적 불안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연합회(IIF)의 글로벌 경제전망에 따르면 동유럽 신흥경제권은 러시아의 경기둔화로 인해 올해 3분기 0.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분기 2.9%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의 경우 성장세가 올해 3분기 7% 성장에 이어 4분기에는 6.8%로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반면 남미 지역의 경우 올해 3분기 1.2% 성장에 이어 4분기에는 2.0%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 연준 조기 금리인상시 신흥시장 타격 클 듯
전문가들은 결국 연준의 차기 정책방향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연준이 금리인상과 같은 매파적인 통화 정책으로 발빠르게 변신한다면 신흥시장은 더 가혹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크레이그 보덤 슈로더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양적완화로 팽창된 자금이 정부의 재정적자와 사회간접자본 건설,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흘러 들었다"며 "양적완화에 따른 버블 붕괴의 직접적인 타격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 현지 채권의 외국인 보유비율은 지난 2007년 8%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2년 1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흥국 내에서 발행된 유가증권 총액은 약 33% 증가하면서 16조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낮은 상품가격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수 있고 따라써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이 여전히 시장에서 자산을 지속 매입하면서 경기부양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양적완화 흐름은 당분간 남아있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