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안전성 대폭 '강화'
[뉴스핌=이수호 기자] 연료봉 낙하 사건과 설계수명 초과, 삼중수소 배출량 공개로 여론이 악화돼 계속운전(설계수명 기간이 만료된 후에 그 시설을 계속해 운전) 심사 여부가 불투명한 월성 1호기 원전은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전기 전력 생산의 보고다.
지난 7일,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원전 철폐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플랭카드 탓에 이날 따라 초라해보였던 월성 1호기를 방문해 최근 불거진 안전성 논란을 직접 확인해봤다.
월성 1호기는 용량이 678.7MW로 연간 발전량은 약 51억KWH에 이르며 지난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지난 2012년 11월 20일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돼 현재는 정지 상태다. 경상남북도와 부산, 대구시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80%이상 생산한다는 점에서 월성 1호기의 국가적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30년의 가동기간이 끝난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9년 12월,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하고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 교체와 후속작업을 통해 원전을 안전하게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막대한 원전 폐지 비용과 전기 소비량이 많은 우리의 사회구조상 쉽게 원전을 버릴 수 없다는 배경도 이 같은 결정에 한 몫을 더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대폭 강화되고 노후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수원의 안전시스템도 대폭 강화됐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직접 증명해보이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바라본 월성 1호기 내부는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비교적 견고하면서 깔끔해보였다. 내부의 안전 시스템은 3중, 4중으로 구축돼있었고 직원들의 안전 메뉴얼은 철저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태의 선례에서 보여주 듯, 발빠른 초기 대응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대표적으로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 피동형 수소제거설비, 이동형발전차, 지진 자동정지설비 등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들이 이뤄지면서 그 어느 곳보다 안전에 관한 자신감이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추가 배터리를 마련하고 이동형발전차를 구축하면서 우리는 일본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력 준비해 온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원전이 정지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다만 완벽하게 안전성을 증명해내는 장치가 바로 정지"라며 원전 정지에 관한 부분에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원전이 저절로 정지하는 구조며 이를 컨트롤해 다시 재개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 깊은 내부로 들어가 여러차례 보안 과정을 통과하고 원전을 총 컨트롤하는 주제어실(MCR, Main Control Room)로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각 호기별 출력 현황판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2년 11월 운영허가기간이 종료된 이후 전기생산은 중단하고 있지만 원자로 조종사들은 내부에서 식사를 하며 분주하게 관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장 출력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수 많은 기기들을 가동하고 점검하며 정상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가동한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가동년수와 안전성에는 상관관계가 없고 안전성에 관해선 그 어느 곳보다 자신있는 곳이 월성원전"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5년전 발생한 연료봉 낙하사건이 보고 되지 않아 정치권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체계적인 후속 대응을 진행해 이미 제거한 부분으로 보고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라며 "정보공개 대상은 아니었기에 '은폐 시도'는 사실과 다르고 이를 제거한 작업자도 CT를 찍는 수준의 방사능에 피폭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때 발생한 사고 이후에도 1차례 추가 낙하사건이 있었지만 사고라고 하기엔 경미한 부분이며 원자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믿으셔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을 마치고 월성원전을 빠져나오자 커다란 양어장이 보였다. 원전을 식히기 위해 들어온 바닷물이 뜨거워진 것을 활용해 치어들을 직접 기르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25만마리의 어족자원을 길러내며 인근의 바닷물을 이용해도 방사능 유출이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근 주민들의 생계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었다.
이처럼 월성원전이 인근 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는 산적해있다. 나날이 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위와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조속한 해결이 필요해보였다. 월성원전의 투명한 운영과 안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