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조사 필요하다면 통신3사 공히 진행돼야”
[뉴스핌=김기락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과다 리베이트 의혹으로 SK텔레콤을 조사한다. 리베이트는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 수당이다. 적정가를 초과하면 우회 보조금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방통위는 일단 SK텔레콤만 조사할 방침이지만 이통3사 모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만큼, 전 방위 조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방통위와 이통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날 오전 SK텔레콤 본사와 산하 유통점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지급 실태와 관련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수일간 벌인 실태점검을 통해 SK텔레콤이 지난 주말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실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리베이트가 좀 과열됐다”며 “SK텔레콤이 주말에 고(高) 리베이트를 썼고, 그게 불법으로 적발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시장 교란과 관련해 특정 사업자를 단독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SK텔레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조사가 필요하다면 통신3사 공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7~19일 사흘간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는 5만20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1만7350건의 번호이동이 이뤄진 셈으로, 정부가 설정한 시장 과열 기준(2만4000건)에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업계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이통3사간 치열한 고객 유치전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간 번호이동 수치는 SK텔레콤은 5391명, LG유플러스는 132명의 고객을 확보한 반면, KT는 6423명의 고객을 잃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론 SK텔레콤이 가장 많고, KT 이탈자가 가장 많은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과다 리베이트를 쓴 결과로 보고, 시장 과열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지난 16일 오후부터 자사의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아이폰6와 노트4 등 주요 단말기에 45만원 이상의 고액 리베이트를 지급하며 시장 과열과 혼란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이번 건은 SK텔레콤이 과다 리베이트를 쓴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17일 주말에 10개 단말기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높였고, 4개 단말기에 대한 출고가를 인하한 결과가 번호이동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방통위 실태조사를 통해 리베이트 지급 의혹이 일정 부분 드러난 만큼, 조사 범위를 KT와 LG유플러스 등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에도 리베이트, 우회 보조금 등 각종 편법은 특정 이통사만의 일이 아니다”며 “단통법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조사에서 SK텔레콤이 유통점에 지급한 판매수수료 가운데 어느 정도가 불법 보조금으로 전용됐는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또 KT와 LG유플러스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