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전진배치로 승리 결의…경영승계도 본격화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 진행되는 가운데, 인수전 승리로 재기를 노리는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이 국면전환에 나섰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왔던 임원 정기인사를 인수전 돌입 시점에 맞춰 전격 단행한 것. 재계에서는 금호고속·산업에 대한 강한 인수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박 회장은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에 전면 배치하면서 금호산업 인수 후 경영승계 작업까지 염두해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오른쪽) 금호타이어 부사장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6일 ▲ 부회장 2명 ▲ 사장 1명 ▲ 대표이사 선임 5명 ▲부사장 2명 ▲전무 14명 ▲상무 32명 등 총 55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3월 1일부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가격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고속에 대한 친정체제 강화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사모펀드(IBK펀드) 측에서 해임한 김성산 대표를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IBK펀드에서 선임한 김대진, 박봉섭 공동대표 대신 금호고속 소속이던 이덕연 부사장을 대표이사직에 앉혔다.
자신의 사람을 대표로 선임하면서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IBK펀드 측에서 선임한 대표가 금호고속 경영을 못하고 있다"면서 "금호고속 대표이사 선임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IBK펀드는 금호그룹에 금호고속 최종 매각 가격을 제시했고,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금호그룹은 다음달 9일까지 IBK펀드의 조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동시에 박 회장은 금호고속 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원태 상임고문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경영일선으로 복귀시켰다. 금호고속 인수를 앞두고 금호고속 사장 출신 인사들을 그룹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삼구 회장이 IBK펀드와 갈등을 빚었던 금호고속 대표를 승진시키고 금호고속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금호고속에 대한 인수의지를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고속 김성산 대표 등은 실적이 좋아 승진할 것"이라며 "사모펀드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인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그동안 매년 연말에 임원인사를 해왔으나 올해부터 연초에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번에 인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에서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박 부사장이 맡은 아시아나애바카스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 항공예약·발권 시스템과 호텔 및 렌터카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박 부사장의 경영수업이 타이어사업에서 항공분야까지 넓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애바카스는 항공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라며 "규모가 작긴 하지만, (경영수업 차원에서)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선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박 부사장이 그룹의 주력사업인 항공업 관련 경영수업에 나선 것과 관련 박 회장의 향후 밑그림이 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후 박 부사장에 대한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해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