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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길 잃은 사람에게도 다시 주어지는 기회처럼 '파울볼'

기사입력 : 2015년03월31일 08:08

최종수정 : 2015년03월31일 08:08

영화 ‘파울볼’의 김성근 가마독과 고양 원던스 선수들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뉴스핌=장주연 기자] 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향남, 국내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김수경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부터 전직 택배 기사, 헬스트레이너, 대리운전기사까지. 고양 원더스는 ‘뒤가 없는’ 오직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이 ‘야신’ 김성근 감독을 만나 탄생한 한국 최초 독립구단이다.

이들은 지옥훈련을 견뎌내며 번외 경기에서 3년 동안 통산 90승 25무 61패라는 성적을 거둔다. 또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속속 프로구단에 입단하며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이뤄낸다. 하지만 희망과 함께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지난해 9월11일, 창단 1093일 만에 갑작스러운 구단해체 소식을 접한다.

영화 ‘파울볼’(제작 티피에스컴퍼니, 투자·배급 오퍼스픽쳐스)은 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았다. 창단과 해체의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고양 원더스의 드라마틱한 실화가 스크린에 옮겨지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성근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지옥의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배팅볼을 직접 쳐주는 것)’를 위해 그는 훈련장에 직접 나와 하루에 500~1000개의 공을 던진다. 영화는 이런 김성근 감독의 냉철함,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진짜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과장이나 숨김은 없다.

그 덕에 관객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 뒤에 감춰졌던 김성근 감독의 인간적인 면모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낙오된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그의 묵묵한 노력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가 단순한 야구 감독을 넘어 많은 이들의 멘토로 인정받는지 납득할 수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해체 선언이 들려온 직후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해체 소식을 접한 당일에도 변함없이 맹훈련에 임한다. 주를 이루는 선수는 포기하고 뛰쳐나갔지만, 다시 돌아온 원더스의 탕아 설재훈(현재 SK와이번스 선수)과 용병 선수의 통역까지 담당한 전천후 선수 안형권(현재 롯데자이언트 선수)이다.

고양 원더스 창단 멤버인 이들은 날벼락 같은 해체 소식을 듣는 날까지 프로구단으로 영입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모든 시련을 감내하며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눈물겹다. 그리고 동시에 관객에게 잊고 살았던 열정을 다시 품게 한다. 

영화 ‘파울볼’ 속 김성근 감독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타자가 친 공이 파울라인을 벗어나는 것, 두 번까지는 스트라이크로 카운트 되지만 이후에는 타자에게 계속 타격 기회가 주어지는 것. ‘파울볼’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파울볼’을 이렇게 해석한다.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다”고. 이처럼 영화는 꿈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 꿈을 좇다 지친 이들을 따뜻하게 토닥인다. 그리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덧붙이자면 ‘파울볼’은 고양 원더스의 해체 원인, 상업적인 논리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냉정한 현실, 당시 제기된 수많은 의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여기에 대한 정보나 깊이 있는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4월2일 개봉. 전체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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