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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LG 산증인' 이정환 부사장 "특허는 미래에 대한 베팅"

기사입력 : 2015년03월25일 10:43

최종수정 : 2015년03월25일 10:43

충북혁신센터 찾아 "수비에서 공격까지.." 中企 토탈지원 약속

[충북 오창 = 뉴스핌 이강혁 기자] "LG반도체 사업 때의 일이다. 매출액이 600억달러 시절이었는데 당시 1500만달러를 주고 해외에서 특허를 사왔다. 얼마나 큰 베팅(도박)인지 짐작해 보시라. 이것이 몇년 후 100배 정도의 이익을 남겼다."

LG특허협의회 의장인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 부사장(62)은 24일 오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북혁신센터)에서 열린 '지식재산(IP) 지원 설명회'에 참석해 "국내 기업들이 디펜스(방어) 위주의 특허관리를 하는데 이것뿐만 아니라 특허를 잘 활용해서 돈을 버느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 부사장이 24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중소·벤처기업인들에게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제공=LG>
이날 설명회는 LG그룹과 충청북도가 함께 만든 충북혁신센터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특허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첫번째 자리였다. 

이 부사장의 설명회 참석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그는 지난달 초 충북혁신센터가 출범한 이후 LG그룹 각 계열사 특허담당자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팀을 진두지휘하며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고민해 왔다.

이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중소·벤처기업에게 특허보유는 당장 회사의 이익과 멀어 보이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특허는 미래에 대한 베팅"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1977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39년째 LG그룹 내에서 특허업무만 다루고 있다. LG의 대표적인 '특허통'이자 '기술 LG'의 산증인이다.

올해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구본무 회장의 '원천 기술 개발' 특명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에 6조3000억원을 쏟아붙기로 했다. 특허 문제는 자연히 그룹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부사장의 역할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됐다.

이 부사장은 이날 설명회 자리에 모인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LG그룹에 근무하며 겪은 일화를 전정성있게 설파했다. 충북혁신센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내려면 단순한 프로그램 공급자 역할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LG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전경. <사진제공 = LG>
그는 "입사했던 77년 특허부서가 처음 생겼지만 특허에 대한 회사 내부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고 운을 뗐다.

LG그룹 내 특허부서를 처음 만든 고(故) 박승찬 사장이 특허관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회사 내에서는 '특허 로열티가 몇푼이나 된다고 그러냐. 걱정하지 말고 영업이나 잘하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금성사의 컬러TV는 선금을 맞겨놓고 3~6개월을 기다려야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잘나가던 때다. 자연히 특허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특허 문제는 그룹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이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미국 수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LG 입장에서는 TV 단가가 크게 떨어졌고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났다. 기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이 부사장은 "장사가 잘될때는 특허 문제가 없지만 문제가 터지면 엄청나게 심각해 진다"며 "일례로 특허 로열티가 얼마 안되지만 돈(이익)이 줄어들때는 특허 로열티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기술이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당장은 가슴에 와닿지 않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부사장이 보는 특허는 경영전략상 베팅의 성격이 강하다. 몇년째 열매를 맺지 않는 과일나무와 같다는 것이다. 일종의 도박처럼 느낄 수 있으나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가격 경쟁에 의존해 시장을 석권하려고 하면 특허라는 큰 문제에 부딪칠 것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LG전자가 아무도 특허를 생각하지 않던 시절에 특허업무를 시작해 현재 특허센터 인원이 약 200명 정도된다"면서 "지난해 로열티로 엄청난 수입을 올렸는데 이렇게 많이 버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수비에서 시작해서 공격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큰 꿈이 있다면 특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라"고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한편, 이날 IP 설명회는 충북혁신센터가 충북도 내 300여개 중소·벤처기업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마련한 자리다. 특허 지원에 대해 관심을 보인 4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

충북혁신센터는 LG그룹이 보유 특허 2만7000여건, 1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특허 1600여건 등 총 2만9000건에 달하는 특허를 중소∙벤처기업들이 무료 또는 최소 비용으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오는 4월1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와 센터 내에 설치된 IP 서포트존에서 누구나 필요한 특허를 검색하고 지원 받을 수 있다.

충북혁신센터는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화장품산업 지원 설명회, 바이오멘토단 설명회 등 K뷰티(화장품)와 K바이오 지원 활동에 나선다.

윤준원 충북혁신센터장은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된 만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특허 제공은 물론 특허권리화 지원과 자문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그 부품을 받아서 쓰는 대기업도 동반성장하는 것으로 LG와 중소기업, 정부 간 브릿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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