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 포진...장점 있으나 경쟁 치열하고 후배들은 인사적체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정부부처 내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행정고시 37회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동기들 숫자가 다른 기수에 비해 많은 데다 과장급 중 고참인 총괄과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3~4년 후 '공무원의 꽃'이라는 국장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애꿎게 피해를 보는 후배기수들도 나오고, 동기들간 경쟁도 불가피하게 치열하다.
10일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본부근무와 파견, 교육 등을 모두 합쳐 행시 37회 출신 공무원 31명이 근무하고 있다. 각 기수별로 20명 남짓이 근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37회의 숫자는 매우 많은 편이다.
행시 37회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이들이 합격한 지난 1993년 행시에서 재경직을 역대로 가장 많이 뽑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경직에 90명이 합격했다. 22년이 흐르며 동기들 50여명이 공직을 떠났지만 아직도 많은 수가 남아있는 편이다.
또 유독 37회 기수들은 타부처에서 기재부로 전입도 많이 했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뉴스핌DB) |
이들은 이강호 부대변인 겸 홍보담당관, 박금철 조세정책과장, 김경희 재산세제과장, 성창훈 정책조정총괄과장, 이대희 미래정책총괄과장, 김성욱 국제금융과장, 이헌태 협력총괄과장, 유형철 대외경제총괄과장, 성일홍 국고과장, 조창상 IDB연차총회준비기획단장 등이다.
37회들은 세제실을 비롯한 주요 부서에서 과장급 중에서도 고참급인 총괄과장을 맡고 있다. 총괄과장은 국장 다음 서열로, 실무를 모두 챙기는 역할을 한다. 기재부 내부에서 행시 37회 동기들만 모여도 경제부처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37회들이 지금은 총괄과장이지만 3~4년 후에는 모두 본부 국장을 하게 된다.
동기들이 많다는 건 업무 협조는 물론 비공식적인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불가피하게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 애꿎게 피해를 보는 후배 기수들이 생긴다.
실제로 동기 숫자가 많다보니 같은 기수라도 현재 차석, 삼석 과장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재부 내 국장 자리는 20여석이다. 31명의 동기 중 상당수가 승진 경쟁에 밀려야하는 셈이다. 또 이들이 국장 자리에 2~3년씩 눌러 앉아 있으면 그만큼 후배 기수들의 진급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38회, 39회뿐 아니라 40회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37회 이후 기수인 A 과장은 "37회 숫자가 많다보니 이들이 총괄과장직을 2~3년씩 하면 밑에서는 4~5년을 기다려 총괄과장을 달게 된다"고 말했다.
37회 밑 후배들은 과장급을 달 때도 많은 고생을 했다. 오랜 사무관 생활을 겪었다는 말이다.
기재부 B과장은 "행시 40회를 예로 들면 지금 공직에 들어온지 19년차 정도 됐을 텐데 아직까지 과장 2~3년차에 불과하다"며 "37회가 많지 않았다면 진작 과장을 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앞으로도 악몽은 계속된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