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효과 '노림수'…새 본사 위치로 홍콩 유력
[뉴스핌=김성수 기자] 영국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200억파운드에 이르는 소매금융 부문을 분할(스핀오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HSBC의 이번 행보가 본사를 런던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기 위한 것이라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더글러스 플린트 HSBC 회장은 "이사회는 새로운 본사 소재지로 어디가 최적일지 검토할 것을 은행 경영진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HSBC 일부 주주들이 본사를 아시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는 했으나 은행 이사회가 경영진에 본사 이전 여부를 검토하라고 공식 요구한 건 처음이다.
모건스탠리는 HSBC의 본사 이전 계획이 세금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HSBC가 향후 3년간 영국 정부에 낼 세금이 45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HSBC 순익의 11%에 육박한다. 그러나 HSBC는 수익의 대부분을 영국 외 지역에서 얻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만약 HSBC가 영국 외 지역으로 본사를 옮길 경우 HSBC는 다른 해외 은행들과 똑같이 과세가 부과되므로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 경우 HSBC가 얻을 절세 효과가 70%에 이르러 연간 소득의 6%를 절약하게 된다고 전했다.
본사 이전 소식이 전해진 후 HSBC 주가가 런던 증시에서 2.9% 급등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HSBC가 새로 이전할 곳으로는 홍콩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S&P 캐피탈IQ에 따르면 HSBC는 전체 순익의 30%를 홍콩에서 창출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홍콩 금융당국이 HSBC 같은 거대 은행을 수용할 기반이 갖춰져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HSBC의 글로벌 자산 규모는 올해 2조8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영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이며, 홍콩 GDP의 9배에 해당한다.
만약 HSBC가 홍콩으로 이전할 경우, HSBC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에서 주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역시 본사를 이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