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플레 전망치 0.3%로 상향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양적완화(QE)를 조기종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장중 1% 이상 올랐고,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전날 발표된 5월 인플레이션이 6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가운데 ECB가 연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자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5월 인플레이션이 0.3%를 기록,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탈피했다는 의견이 번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ECB의 QE가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드라기 총재는 오히려 필요한 경우 자산 매입을 기존의 계획보다 확대하거나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유로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1% 이상 올랐다. 장중 한 때 유로/달러는 1.1273달러까지 오르며 1.13달러 선을 저울질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파르게 뛰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17bp 치솟으며 0.89%에 거래됐다. 이는 3년래 최대 상승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그 밖에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인플레이션 전망치 상향 조정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종전 0%에서 0.3%로 높여 잡았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의 닐 멜러 외환 전략가는 “ECB의 인플레이션 전망치 상향 조정이 드라기 총재의 자산 매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에도 유로화 상승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닉 매튜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QE를 계획대로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크게 강조했다”며 “이날 ECB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금융시장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역사적 평균치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경제 지표 호조 역시 유로화와 국채 수익률 상승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로존의 4월 실업률은 11.1%를 기록해 3월 수치인 1.12%에서 소폭 하락했다. 또 4월 실직자 수는 1784만6000명으로 전월에 비해 13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실업률은 시장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치인 11.2%보다 개선된 것이다.
소매 판매 역시 호조를 이뤘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2.2%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를 웃도는 수치다.
한편 이날 드라기 총재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금리가 지극히 낮은 상황에는 자산 가격인 높은 변동성을 보이게 마련”이라며 “현 상황에 투자자들이 깨우쳐야 할 것은 변동성 상승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