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저축률만 급등..전문가 "하반기 성장도 미미할 것"
[뉴스핌=정연주 기자] 한국은행이 국민소득 개선으로 향후 민간소비가 회복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 정책으로 부풀려진 부동산시장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데다, 소득 증가가 소비보다는 저축률 증가를 부추기고 있어 한국경제가 반쪽짜리 성장 국가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4일 한은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비 0.8%, 전년비 2.5%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성장률은 5년 9개월만에 최고치인 4.2%를 기록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한은은 수출보다 내수가 GDP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GDP중 내수 기여도는 1.0%p를 기록했으며, 내수부문중 건설투자 기여도는 1.0%p로 2001년 3분기(1.3%) 이후 14년래 가장 높았다. 반면 순수출 기여도는 -0.2%p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효과로 관련 고용사정이 좋아졌고, 소비도 진작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회복속도가 문제인데, 높아지는 저축률 등 세부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내수가 아닌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며 "수출 경기가 안좋아지는 가운데 현재 기반을 두고 유의미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미미한 회복세에 그칠 것이며, 연간 경제성장률 3%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소득 개선이 소비 진작까지 연결되기에는 대내외 변수가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미국 금리 인상 변수와 중국 경제 하방 위험도 있다. 수출 부진도 구조적 문제에 기인해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책 혼선도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게다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여파도 심상치 않아 올해 한국 경제도 악전고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는 지지부진, 저축률만 고공행진
특히 주요하게 봐야할 점은 저축률 상승세다. 1분기 총저축률(36.5%)은 1998년 3분기(37.2%) 이후 최고치다. 자유롭게 처분이 가능한 국민총처분가능소득(3.6%)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소득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가계와 기업, 정부 소비를 합한 최종소비지출은 0.7% 소폭 성장에 그쳤다.
시중 유동성이 급증해 쌓아둔 돈들은 많지만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소득지표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 회복에 긍적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저축률이 높아지면 기업이나 가계 의 소비, 투자 여력을 스무딩(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져 우리 경제의 건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축률 이면에는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의지가 강하다. 이와 관련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로 정부당국의 정책 혼선이 꼽힌다. 가계나 기업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드러내기 어렵게 해 미래 불안을 반영하는 저축률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기태 연구원은 "가계가 여전히 소비보다는 디레버리징하는 듯하다"며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저축률 상승은 국민연금 논쟁 등 정책 혼선으로 미래소득에 대한 기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세값 상승 등과 맞물린 숨겨진 지출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며 "관련 대책이 나오더라도 집을 사거나, 이자를 바로 갚으란 식일 가능성이 높아 한계가 있으며 메르스 사태도 세월호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어 내수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부동산 시장의 버블 우려도 야기된다. 인구구조측면에서 분석해볼 때 여전히 공급이 많아 2017년을 전후로 부동산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다수다.
장보형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은 내년이나 내후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통제가 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효과는 보통 소비진작효과가 나타나는데 그렇지 않은 점도 가중된 경기 하중률이 메커니즘상 경기를 지속적으로 안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방향이 틀리지는 않지만 왜 소비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지, 경기 주요 축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보다 신중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가 줄어 소득이 늘어난 현상은 꼭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라며 "결국 소비는 심리인데, 한은의 소비지출 심리지수를 보면 주거비 등 특정 부분에만 소비심리가 높고 내구재는 높지 않다. 특정 부분에 쏠려있는 심리가 다양한 분야로 파급될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유효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