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반트 첫날 100% 급등…헤지펀드 '효자종목' 인기
[편집자] 이 기사는 6월 12일 오후 3시 24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바이오테크 시장서 창립 8개월 된 업체가 허가받지도 않은 신약 하나로 업계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한 동안 잠잠했던 버블 우려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1일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엑소반트 사이언스(Axovant Sciences, 종목코드:AXON)는 2100만주를 공모가 최상단인 주당 15달러에 발행, 총 3억1500만달러(약 3498억원)를 조달했다. 바이오테크 부문 IPO로는 최대 규모다.
상장 첫 날 엑소반트 주가는 99.33% 오른 29.90달러로 마감됐다(이후 23일 현재 엑소반트 주가는 종가기준 20.13달러로 시가총액은 19억달러(약 2조1041억원)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엑소반트가 지난해 10월 영국계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500만달러에 사들인 알츠하이머 신약 가능성에 베팅했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제3상 임상시험 단계로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엑소반트 IPO 대박 배경에는 시중에 효과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드물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바이오테크 투자 열풍이 그만큼 뜨겁다는 반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르네상스 캐피탈 대표 캐슬린 스미스는 "바이오테크 부문은 IPO 시장서 지난 2000년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버블 신호 '곳곳에'
바이오테크 부문의 버블 논란을 일으킬 신호들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나스닥 바이오테크(파란선),IBB(빨간선) S&P500(주황선), 나스닥지수(녹색선) 지난 5년 추이 <출처=구글> |
나스닥 지수에서 생명공학주들로 산정되는 바이오테크지수(NBI)는 23일 기준 4011.9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5년 간 바이오테크지수는 350% 넘게 올라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폭인 93%를 대폭 앞질렀다.
최근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도 바이오테크 부문 랠리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텍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IBB)도 23일 기준 383.2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CNBC '온 에어 스탁스' 편집자 밥 피사니는 바이오테크부문에서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은 지난 2000년과 마찬가지로 버블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르네상스에 따르면 닷컴 버블 당시인 1999년부터 2000년까지 IPO 대박을 터뜨린 기업들은 상장 첫 날 평균적으로 50~70%의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한 해 동안 IPO규모 1억달러 이상인 바이오테크 업체 61곳의 상장 첫 날 상승세는 평균 38%였는데 그간 보수적이었던 IPO 시장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최근까지 상장 초반 급등세를 연출한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아두로 바이오텍(ADRO, 첫날 147% 상승), 스파크 테라퓨틱스(ONCE, 117%), 악소반트(AXON, 99%), 아발란치 바이오테크놀로지(AAVL, 64%), 토카이 파마슈티컬(TKAI, 58%) 등이 있다.
◆ 헤지펀드 '효자종목'
바이오테크 부문은 헤지펀드들이 여전히 군침을 흘리는 효자종목이다.
헤지펀드 수익데이터를 집계하는 컨설턴트사 심플리파이(Simplify)가 바이오테크 부문에 투자하는 50개펀드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간 이들 펀드들은 평균 20.87%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이언 샤비로 심플리파이 대표는 "(바이오테크 부문은) 현재 상당히 '핫'한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헤지펀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바이오테크 부문은 1분기 중 평균 9.7% 수익을 올려 중국이나 러시아 증시 관련 펀드를 제외하고는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부문이었다. 참고로 올 들어 미 증시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2% 정도에 그쳤다.
CNBC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암젠(AMGN), 바이오젠(BIIB), 리제네론(REGN) 등 화학성분보다는 생세포를 통한 신약 개발에 나서는 대형 제약업체들에 주목하고 있으며, 아직 검증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정부 승인 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신약을 보유한 시나제바 바이오파마(GEVA)나 다이악스(DYAX), 블루버드 바이오(BLUE)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 "지켜보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바이오테크 버블 논란은 투자자들 관심 만큼이나 뜨겁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부문 기술 개발이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버블 붕괴를 걱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프랭클린템플턴 리서치대표 로버트 크리스챤은 기업 밸류에이션을 높여줄 만한 가치의 새 기술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바이오테크 부문의 기회는 크다"고 강조했다.
나스닥을 운영하고 있는 나스닥 OMX 그룹의 넬슨 그릭스 총재는 지난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에 60억달러의 벤처캐피탈이 투입됐다며 "앞으로 6~12개월 정도는 이 같은 IPO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앞서 CNBC의 피사니는 과학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주로 몸집이 큰 기업들에 베팅하는 성향이 있어, 대형 바이오테크 업체들의 경우 버블 신호가 군데군데 보인다며 향후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바이오테크 부문이 임상실험 단계에서는 급등했다가 미국식품의약품청(FDA)의 승인을 얻지 못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심하다며, 대형 제약사와는 달리 바이오테크업체 대다수가 하나의 신약으로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부스 아틀라스 벤처 파트너는 "바이오테크 부문서 과열 조짐을 보이는 곳이 분명 있긴 하지만 상당수의 업체들은 잠재성에 부합하는 밸류에이션을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