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의사록 "내년 상반기 2% 인플레 달성 확신…QQE 불안요소"
[뉴스핌=김성수 기자] 일본은행(BOJ) 금융정책위원회 위원들이 이르면 내년에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실시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자못 혼란스러워하는 눈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BOJ 위원들은 기존의 부양책 규모를 유지할 것이며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내년 상반기까지 2% 상승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든 위원들이 이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의사록은 "한 위원은 일본 경제에서 '생산갭(output gap)'이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QQE 실시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생산갭은 실질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플러스'가 되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마이너스'가 되면 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게 된다.
이 위원은 QQE 규모를 초기의 연간 50조엔으로 축소하더라도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면서 경제에 중장기적 불안정 요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규모를 초기의 50조엔보다 적게 줄여나가는 쪽으로 양적완화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일본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실시와 관련해서 물가 안정성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기간(타임 프레임)과 이에 대한 표현 방식을 좀더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기조를 QQE 종료나 금리정상화 쪽으로 이동하겠다"고 하는 것 보다는 "각 기간의 통화정책이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한 자산매입과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의사록은 이런 주장에 대해 다른 한 위원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금융 불균형이나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이론적·실증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른 위원은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로 인해 양적완화 자체의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어 논의 과정에서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양한 공방이 이뤄졌던 의사록 내용을 보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일본은행이 내년까지 2%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드러낸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2% 물가상승률은 일본은행이 지난 1990년대 이후 한 번도 달성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에 대해서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일었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아직 출구전략을 논의하기는 이르며, 섣불리 논의를 진행했다가 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구로다 총재의 발언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다수의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일본은행이 내년에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상반기에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도쿄 지점의 금리전략가 아키토 후쿠나가와 나오야 오시쿠보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 성명서 문구만 봐서는 CPI 상승률이 얼마냐에 따라 어떤 형태의 출구전략을 실시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 생명보험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는 서프라이즈를 좋아한다"며 "일본은행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