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의견에 따르거나 반한 사례 제각각…삼성 합병안 의견 '오리무중'
[뉴스핌=추연숙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한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세계 최대 자문기관으로 국민연금 자문도 맡고 있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같은 내용의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국민연금은 이번 삼성 합병건과 관련해 이 두 기관의 자문을 받고 있다. 자문기관의 권고는 강제력은 없다. 때문에 자문기관이 국민연금 의결권에 실제 영향을 미친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지배구조원은 지난 2002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 공동출자해 설립됐다. 지난해엔 각 기업의 정기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해 이 중 약 18%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민연금에 약 300여개 기업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배구조원의 권고와 같은 맥락의 결정을 한 전력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과 관련, 지배구조원은 현대차그룹의 관련 이사 재선임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는 실제로 사외이사 2인의 재선임에 '반대'를 결정했다. 다만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서는 경영 안정성을 이유로 '중립'을 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원의 권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적도 있다. 지난 달 SK와 SK C&C의 합병안에 대해 지배구조원은 주주가치 제고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찬성 의견을 냈지만, 국민연금 전문위는 반대를 결정했다.
한편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의결권 자문 분야에서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모태는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만든 회사로, 지난 2014년부터는 사모펀드인 베스타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기관들은 ISS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려면 사유를 담아 내부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부분 ISS 권고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ISS의 권고안에 따라 주총장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만도의 기업 분할 당시 ISS는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 전문위도 이와 같은 결정을 냈다. 다만 주총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음에도 다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ISS 권고를 따르지 않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효성의 사내이사 재선임 과정에서도 ISS는 형사소추된 이사를 재선임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국민연금은 주총장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또 지난달 SK-SK C&C 합병안에 ISS는 찬성을 권고했음에도 오히려 국민연금 전문위는 반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