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발행등록제 시장활성화, IPO 재개 연말까지 미뤄질수도
[뉴스핌=이승환 기자] 금융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폭락세가 심화되자 중국 정부는 각종 증시 부양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나서는 등 금융시장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뉴리 중국 국가정보중심 거시경제연구실 주임은 “상반기 중국 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인 분야는 금융시장이었다”며 “특히 주식시장의 활황이 전체 GDP성장을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최근 밝혔다.
당국이 금융시스템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자본시장은 하반기에 증권법 전면 개정 및 주식발행 등록제, IPO재개, 신삼판 기업의 차스닥 전환 상장 등이 촉진되면서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칠 5대 이슈를 점검해 본다.
◆ ‘증권법’ 전면 개정, 증권 안정화 기틀 마련되나
지난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신(新)증권법의 입법과정이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에 올 하반기 중국 증권시장의 전면적인 제도 조정에 따른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바로 세운다는 취지 하에 지난 2005년 ‘증권법’ 첫번째 개정 작업을 마쳤다. 2006년 1월1일 정식 발효된 이법은 지금까지 10년여 동안 총 4번의 수정을 거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4차례의 수정과 비교해 이번 작업은 상대적으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정작업을 통해 증권법은 총 16장, 338개 조항으로 재편된다. 122조개 조항이 새로 추가됐고 185개 조항이 수정됐다. 삭제된 조항은 22개다.
복수의 중국 매체에 따르면, 수정 과정에서 5개 방면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주식발행등록제, ▲다층적 자본시장 시스템 구축 ▲투자자보호 강화 ▲증권업 혁신 발전 ▲간정방권 (簡政放權,정부와 기업의 기구를 간소화하고 권한을 하부 기관에 이양) 등 내용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작업은 이전과 비교해 체계적일 뿐만아니라 증권법 입법취지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 자본시장의 개혁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증권법 선진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바이두(百度)> |
◆등록제 개혁 지속...자율에 맡긴다
샤오강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올 초 ‘2015년 전국증권선물감독공작회의’를 열고 주식발행등록제 개혁을 예고했다.
주식발행등록제는 2015년 중국 자본시장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히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증시 감독 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체제전환을 의미하고 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식발행등록제는 증권당국이 IPO 절차를 단계별로 승인해오던 것을 등록제로 바꾸고 각종 자료의 허위 여부만을 확인해 시장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제도다.
수정된 증권법의 초안에 따르면, 신규발행 주식에 대해 ‘가격을 관리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규모를 조정한다’라는 기존의 규정을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시장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발생 여부를 결정하고, 발행 시점과 발행가격 등 주요사항을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발행인과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을 현상을 해소하고 감독당국의 과도한 간섭을 지양한다는 취지다.
샤오리졘 선전증권거래소 종합연구소 주임은 “IPO 등록제의 핵심은 감독당국의 독점하고 있던 책임을 발행단위, 보증단위, 가치평가주체, 관련 법률 책임자, 투자자들에게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등록제 시행은 IPO 가격 결정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권리를 시장으로 이양해 중국 자본시장의 공개성, 공정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IPO(기업공개) 재개... 엇갈리는 전망
중국 국무원은 지난 4일 재정부, 인민은행,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주요 금융정책기관을 소집해 수뇌부 회의를 진행한 후 신규 IPO를 잠정중단키로 결정했다. 상하이지수가 급락하면서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공개(IPO)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주식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자금조달에 시급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IPO 재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또한 인위적인 부양정책이 시장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주윈라이 중국증권금융공사 전총재는 지난주 싱가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정부는 체계적인 수단을 동원해 시본시장의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시장이 스스로 관리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IPO는 중국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이지만, 신규 주식 발행이 거래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나치게 확대된 IPO 규모가 중국 증시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재개 여부를 외에도, IPO의 규모를 줄여야 할지, 늘려야 할지. IPO를 시장에 맡겨야 할지, 당국이 개입할지. 어떤 선택이 시장 발전에 적합한 선택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IPO 재개를 촉구하는 시장의 요구에도 증감회는 구체적인 재개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증권시보가 최근 펀드·증권사·상업은행을 대상으로 IPO 재개 예상 시점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월 중순으로 답한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IPO재개는 9월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심지어 IPO 중단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자본시장 위법행위 단속 및 처벌 강화
증감회 대변인은 얼마 전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가 투자자들의 가치투자의 기본이자 전제이며 투자자들의 시장 신뢰를 보장하는 방법”이라며 “증감회는 엄격하게 각종 법률 위반행위를 처벌하고 규정에 맞는 공시의무를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상반기, 증감회는 시장에서 발행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했다. 장외 신용거래에 대한 현장조사와 신삼판 위법거래에 대한 단속이 집중적으로 시행됐다. 또 올 7월 초까지 신형수법을 통한 매부거래, 시장조작을 처벌하기 위한 5개 시행령이 마련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사상처음으로 위법 기업에 대한 강제 시장퇴출이 이뤄졌다. 지난 20일에는 단기매매 혐의로 발각된 홍콩의 한 투자회사의 대주주에게 10만위안의 벌금형이 처해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 공안부 멍칭펑부부장(차관)이 금융 전문팀을 꾸려 이례적으로 증감회를 찾아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멍 부부장은 증감회 회의에 참석해 악의적으로 증권공매도를 일삼은 투기세력을 색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상반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올 하반기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 감독당국의 단속과 처벌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신화망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대주주의 단기거래에 대해 1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한 것은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었다”며 ”위법 행위 근절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벌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감독,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삼판(新三板), A주에 활력 더할까
중국 금융당국이 장외 시장인 신삼판시장 거래 및 전환상장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면서, 연내 신삼판 등록 기업의 차스닥(창업판) 전환 상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신삼판이 기존의 장외 자금 시장에서 A주 시장 진입의 공식적인 발판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19일 리커창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주식발행 여건과 중소기업의 증시 상장 문턱을 낮출 것을 강조하면서, 신삼판 상장사의 차스닥 전환상장 개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9월 설립된 신삼판의 정식 명칭은 전국중소기업지분양도시스템(NEEQ)으로, 본래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소재의 비상장 하이테크 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외거래 시장이었다. 지금은 향후 장내시장 진입을 노리는 중소기업들의 중간 거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민생증권 신삼판 연구팀은 “신삼판과 A주의 전환상장이 가능해 지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자금유입이 확대되 유동성이 풍부해 질 것”이라며 “종목간 경쟁을 통한 시장 체질 강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권 관련 협회의 한 책임자도 “상장 종목들의 성장속도와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장을 다원화해 관리한다면 발행자와 투자자 자산배분이 다양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