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통해 일본계 지분 희석..日 기업 색채 지우기
[뉴스핌=김선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7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하므로 상장 과정에서 신주 발행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를 보유, 최대주주로 있다. 제L투자회사(L1∼12)가 72.65%, 광윤사가 5.45%, 일본 패미리가 2.11%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지분율 합산은 총 99.28%에 달한다. 이들의 지분율을 낮춰 롯데그룹이 일본 그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문제는 현금 동원력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산총계 1000억원 이상 및 총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50% 이상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자회사가 비상장사일 때는 40%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호텔롯데를 정점으로 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당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에는 금융계열사 처리 같은 어려움이 있고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호텔롯데의 당기순이익은 645억원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도 1분기 말 기준 664억원 정도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계열사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해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는 훨씬 큰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가 연결로 인식되지 않는 롯데계열사 지분을 약 3조원 정도 보유하고 있으며 사업부문은 면세점, 호텔, 프랜차이즈사업 등 중국 관련 소비재 분야를 영위하고 있다"며 "수조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이상 달성이 유력시되며, 지난 3년간 고성장 추세를 이어오고 있어 상장시 기업가치는 20조원 이상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장 시 유입되는 현금으로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상장시 반드시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롯데가 한국의 국민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신 회장이 강조하고 나선 이상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비율이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되지만 그만큼 회사는 현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주발행과 구주매출을 7:3의 비율로 한다"며 "호텔롯데의 가치를 20조원이라고 본다면 신주발행을 통해 회사로 들어오는 돈만 5~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 회장이 다른 계열사에 대한 개인적 지분을 정리하고 대신 롯데호텔 지분을 직접 확보하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구주매출을 통해 일본계 자본이 철수하고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분 참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상장을 검토하는 단계라 자금 조달 계획이나 일정은 이사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