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위안화 절하, 美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 제한적"
[뉴스핌=정연주 기자]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매우 낮아 금리정책 효과가 제한되는만큼 환율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1일 한은이 발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만장일치 동결하면서 중국 경기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을 지켜볼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A위원은 "최근 국내 경기는 중국경제의 리스크 확대, 국제유가의 하락, 국내 고용사정의 부진 등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으나 지난 달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A위원은 "금통위 직전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로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분위기"라며 "원화 환율이 경제여건보다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위원은 "당행의 기준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인하돼 금리정책의 여력이 제한돼 있는 상황인 만큼 환율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원화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하다가 반락한다면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고 금융시장의 불안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위원은 "최근 원화 환율이 기초경제여건보다는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단기간에 상당폭 상승한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가 가세됨에 따라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외환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반전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D위원은 "최근 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나선 것은 수출의 큰 폭 감소 등 자국 경기 부진에 따른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평가된다"며 "중국 경기가 호전된다면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최종재의 대중국 수출이나 조선, 철강, 화학제품 등 중국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의 제3국 수출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절하가 미국 달러화 강세의 대응 차원이었다는 시각도 있었다. E위원은 "지난 7월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신흥국의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이 상당폭 상승한 반면 중국 위안/달러 환율은 거의 횡보한 점을 고려해 보면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미 달러화의 글로벌 강세 추세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에 주변국이 크게 반응하는 등 중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가운데 원화 환율 상승에도 수출개선 효과는 단기적으로 불투명한만큼 외국인 국내 투자자금 이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위원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국내 경제상황에서 급속한 원화환율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 원화환율이 기초경제여건과 괴리(overshooting)된 것은 아닌지 하는 시장의 불안이 있다는 점, 달러강세가 심화될 경우 외채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화환율이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만일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엔화도 이에 동조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통위원들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미칠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은은 "향후 위안화의 추가적인 큰 폭 절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겠으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역외시장의 선물환 매수 관련 통계가 향후 환율 오버슈팅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G 위원은 "스왑레이트(swap rate)가 금년 들어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점과 7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을 종합해 보면 역외시장의 선물환 매수 관련 통계가 향후 환율의 움직임을 예상하거나 환율의 오버슈팅 여부를 판단할 때 상당히 중요한 정보변수(information variable)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