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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국경제 석학에게 듣는다] 신장섭 “추가 재정·통화정책보단 관리에 주력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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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인상 미뤄야 책임있는 행동..한국만 어렵다 생각 버리고 힘 합쳐야

[뉴스핌=김남현 정연주 기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할 만큼 했다.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지 여기서 더하라 하지 말자. 뾰족하게 좋아질 것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관리를 해나가야 할 때다.”

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10일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 세계 조류에 맞춰 우리도 정책을 편 만큼 이젠 조급증을 버리고 좀 지켜볼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신 교수는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 투자은행(IB)들의 최근 주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기업이나 가계에서 추가 인하를 해야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목소리는 별로 없다. 금리인하만으로는 효과도 없다”며 “일본의 경우 오랜 저금리로 보험회사들이 망하는 등 금융기관의 파장도 크다.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와 정책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어려울 때 국제사회가 공조에 나섰던 만큼, 미국 경제가 나 홀로 좋다고 금리인상에 나서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 금리인상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도 미국 외에 다른 나라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기 때문으로 봤다. 미국은 금리인상을 할 것이 아니라 국제공조에 나설 때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 밖에도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긍정의 힘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세계경제가 미국을 제외하면 다 사면초가다. 한국만 쳐다보지 마라. 우리만 나쁘다 하면 더 불안하다”며 “어려운 국면은 누구나 다 어렵다. 잘잘못을 들추기보다는 힘을 합쳐 극복할 때”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과 향후 인상속도를 어떻게 예상하나.

▲ 미 금리인상에 대한 직접적 대답보다는 진단이나 정책 방향에 초점을 뒀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미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좋아지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다만 이게 불안으로 다가오는 것은 미국 이외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국제금융시장에 달러 헤게모니가 강하게 존재한다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시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하니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미 달러에 돈이 몰렸다. 미국은 경제가 나빠져도 돈이 몰리는 나라다. 반면 다른 나라는 불안해도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해도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힘의 불균형이 크다.

- 미국이 금리인상을 연기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럼 언제까지 미뤄야 하나.

▲ 미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켰을 때 각 나라가 정책 공조를 했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낮췄고 미국 양적완화로 쏟아진 달러를 핫머니 우려 속에서도 받아줬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것은 지금 인플레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세계경제를 보면서 금리인상을 미뤄야 한다. 언제쯤 인상할 것인지는 세계경제 상황을 봐야 한다.

또 이런 불안정이 언제 해소될 것인지는 아무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걸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해 다 같이 돈을 푸는 정책을 폈다. 부채가 다같이 늘어난 것이다. 어느 나라도 부채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중국은 그 와중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금융위기 직전 고평가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주가가 실물을 반영하지 않고 너무 오른 데 대해 쿨링(냉각) 정책을 지속해 내놨다.

최근 주가가 급격히 꺼졌고 크게 등락하고 있지만 이를 빼면 중국 실물경제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성장률이 좀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성장이다. 세계경제가 안 좋다 보니 수출과 투자 쪽에서 일부 좋지 않을 뿐이다.

중국은 내륙 개발에 대한 프런티어가 엄청난 나라다. 미국의 서부 개척과 비슷하다.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미국 위기 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데 하지 말라는 곳은 없었다. 중국이 좀 부양을 하겠다는데 미국 정책담당자들을 비롯해 왜 심각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균형과 상식을 갖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한 남미나 동남아시아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또 예상되는 파장은.

▲ 금융위기는 항상 있었다. 특히 신흥국에서 들어왔던 돈이 나갈 때 발생했다. 1970년대 오일머니가 중남미 위기를 초래했고, 1990년대 우리도 외환위기를 겪었다.

국제 금리차로 돈이 오갈수록 굉장한 충격을 준다. 여기에 투기세력도 많아졌다. 충격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위기 개연성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 그래서 더더욱 미국 정책당국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한군데서 위기가 발생하면 주변국으로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게 공조에 나설 필요가 있다.

- 유로존에서 양적완화(QE)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유로존도 여전히 좋지 않아 보이는데.

▲ 유로존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다. 양적완화 연장이 새로울 것도 없다.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는 이상 계속돼야 할 것이다.

-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며 또 한 번 글로벌 환율전쟁에 불을 지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미 경제만 좋다 보니 달러만 강세다. 다른 나라 통화는 절하될 수밖에 없다. 자유변동환율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시장가격에 바로 반영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버텨보다 안되니 상황을 반영해 절하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 절하에 비해 위안화가 더 많이 절하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 그렇다면 중국 위안화의 추가 절하 가능성은.

▲ 미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미국이 인상하면 더 절하할 수 있겠지만 동결한다면 절하명분은 낮아질 것으로 본다. 정책당국자들도 보면 방향을 정해놓기보다는 상황을 살피면서 하는 경향이 있다. 두고 봐야 할 것이다.

- 한국경제도 좀처럼 개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한국경제는 수출이 잘됐는데 내수가 부진했다는 게 몇 년간의 모양새다. 지금은 수출도 부진한 것인데 국제 경제 상황이 부진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특히 이젠 미국보다 중국과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다. 신흥국에 위기가 계속되니 수출부진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진 않는다.

내수도 최근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큰 나라가 아니다. 개방도도 높다. 여전히 수출이 잘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 초점도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둬야 한다. 반전을 이룰만한 것은 없다. 국내 요인 변화보다는 국외 요인 변화가 성장률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가계부채만 늘렸다는 비판이 있다.

▲ 세계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안 통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고 이건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의 움직임을 따라간 것이다.

가계부채는 좀 전에 관리를 말하기도 했는데 줄이겠다고 줄여지지도 않는다. 또 바로 확 줄이는 것은 부정적 파장이 크다. 미국도 정부부채를 늘리면서 충격을 완화하고 회복하기를 기다린 것이다.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부채를 터뜨릴 수는 없다.

금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 부담을 너무 많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리정책은 뭉툭한(큰) 수단이다. 영향이 여러 군데 미친다. 제대로 경기부양을 하려면 금리인하와 함께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함께 가지 않는 나 홀로 인하는 효과가 별로 없다.

금리도 이미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추가로 인하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 물론 채권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와 정책은 분리해야 한다.

또 기업도 가계도 추가 인하해달라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금리가 높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저금리다. 또 제로금리까지 가면 정책수단이 없다. 저금리가 너무 오래가면 금융기관들의 파장도 크다. 일본이 장기간 저금리로 보험회사들이 망했다.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재정정책 역시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봐야 한다. 여름에 추경했는데 다 쓰기도 전에 더하라 하지 말아야 한다.

- 한국경제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 한국만 쳐다보지 마라. 미국을 빼고 모든 나라가 다 사면초가다. 같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만 나쁘다 나쁘다 하면 더 불안하다.

통화스왑 등 국제공조도 계속해야 한다. 다만 미국이 제일 중요하다. 미국의 의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국제공조를 촉구하고 있는다.

어려운 국면은 누구나 다 어렵다. 누구의 잘잘못을 들추기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보단 힘을 합쳐 극복할 생각을 해야 한다.

◇ 신장섭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받았다. 1986년 매일경제 기자로 입사해 경제부 차장을 거쳐 논설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1999년부터는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금융전쟁, 김우중과의 대화 등이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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