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주식 투매 위기 부채질, 일부선 저가매입 기회탐색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주요 임원들의 기밀 유출 및 내부자 거래로 곤욕을 치른 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증권(中信證券)이 이번에는 주가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시 불황에 내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난 3개월간 증발한 유통주 시가총액만 1735억 위안(한화 약 32조1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신증권의 '쇠퇴'에 다른 경쟁사들이 어부지리 호재를 보고 있는 가운데 중신증권의 회생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용평가기관 ‘관찰대상’ 포함·주주 지분 매도 등에 주가 곤두박질
지금까지 고위 임원 등 11명이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일부는 형사처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신증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주요 주주가 지분을 대거 매도하면서 중신증권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달 17일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가 중신증권 신용평가등급을 강등하고 ‘네거티브 관찰대상리스트’에 포함시킨 데 이어 23일에는 중국 신용평가기관인 대공국제(大公國際) 또한 ‘관찰리스트’에 중신증권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는 “중신증권 고위층이 경찰 조사를 받은 점, 증권업계의 리스크 상승, 중신증권 게이트로 인한 중국 증시 리스크 확대 등이 중신증권의 신용상황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고 지적했고, 대공국제 또한 “고위 임원의 경찰 조사 등 사건이 중신증권 경영에 불확실성을 초래한 점을 고려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신증권 신용등급을 낮추고, 앞으로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홍콩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신달한석투자(信達漢石投資)는 주당 15.28HKD 가격에 지난달 21일과 22일 각각 중신증권 H주 주식 7000만주, 3059만주를 팔아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달한석투자는 중국 신달그룹(信達集團) 산하 자회사로, 중신증권 H주의 약 10.36%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의 주식 매도로 지분율이 5.94%까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소식들은 중신증권 A주 주가에도 충격을 주었다.
중국 대중증권보(大衆證券報)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중신증권 주가는 마감가 기준 9월 1일 15.19 위안에서 같은 달 29일 13.34위안으로 하락했다. 누적 하락폭은 12%, 동종업계 내 최대 낙폭이다.
◆ 중신증권, 투자 기회는?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중신증권은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주가가 13위안대로 떨어진 가운데 증시 하향세가 계속될 경우 발행가 밑으로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신증권 주식의 매도·매수 결정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에 관해 중금공사(中金公司) 재부(財富)관리부 집행 총경리를 역임한 우샤오핑(吳小平)은 “중신증권의 업계 내 지위와 자산건전성, 중신증권의 주가 하락폭과 동종 업계 및 주가지수의 하락폭, 중신증권과 기타 유명 투자은행간 합병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중신증권(특히 A주)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샤오핑은 “광대증권(光大證券) 또한 2013년 시스템 조작 혐의로 5억230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함과 동시에 유동성 위기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한 바 있지만, 이듬해 부정적 영향이 점차 해소되고 업무 또한 정상수준을 되찾으면서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은 물론 주가도 올랐다”며 “지금의 낮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더 큰 수익공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광대증권의 영업수익은 동기대비 395% 증가한 95억 위안에 달했으며, 순이익 또한 전년 동기대비 11.8배 늘어난 48억78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우샤오핑은 또 “중신증권은 중국 최대 증권사이자, 국제화 수준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중국 관리감독당국의 처벌이 중신증권의 회생불능을 초래할 정도의 강도에까지 다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중신증권 A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80% 오른 13.58위안을 기록했다.
◆ 경쟁사 ‘반사이익’, 업계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
중신증권의 ‘쇠퇴’는 경쟁사들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줌과 동시에 업계의 장기적 발전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CIMB 은행의 홍루이상(洪瑞祥)은 “해통증권·은하증권·화태증권 등 중신증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경쟁상대들이 반사이익을 보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군익증권(群益證券) 연구원 정춘밍(鄭春明) 또한 “각종 악재로 인해 중신증권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투자은행(IB)업무나 매니지먼트 업무의 우량고객 또한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악화할 수 있겠지만, 이 것이 낭떠러지식 영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증권사의 기존 성장포인트와 신규 업무 성장 속도가 단기적으로는 다소 둔화할 수 있겠지만, 이번 중신증권 사태가 증권사의 업무 규범화를 촉진해 업계의 안정적 발전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