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지준율 추가통화완화 기대, 4분기엔 회복전망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대비 6.9%에 달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했다. GDP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6.2%이후 26개 분기만에 처음이다. 다만 6.7%전후에 머물 것이라는 시장 전문기관들의 예상치에 비해서는 양호한 결과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7% 내외'의 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중국 당국이 통화정책을 다시 한번 완화하면서 4분기에는 경기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3분기 GDP는 전기대비 1.7%, 전년 동기대비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지난 1분기와 2분기 전년동기대비 GDP성장률은 7%에 달했다.
지난 1-9월 도시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10.3% 증가했고, 9월 소매판매규모와 산업생산규모는 각각 10.9%, 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GDP 상승률 둔화는 '기정사실', 2009년 이후 최저치
중국의 3분기 GDP 상승률 둔화는 일찌감치 예견됐던 바로, 다수 전문가들은 발표직전 3분기 GDP 상승률이 6.4-6.7% 구간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학자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다수 응답자가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전망치는 2009년 1분기 이래 중국 정부 목표치와 최대 격차를 보인 것으로, 지난 2009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하며 정부의 이해 목표치인 8%를 크게 밑돌았다.
26명의 경제학자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오스트레일리아(ANZ) 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이 은행은 6.4%를 제시했고,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는 6.5%, 모건스탠리와 소시에테제네랄은 모두 6.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다수가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6.8%에 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관해 중국 국가통계국 성라이윈(盛來運) 대변인 지난달 “경제성장률이 6.5%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7% 내외’로 간주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국가통계국 한 관계자를 인용, “경제성장률이 하락(降速)한 것은 사실이지만 속도를 잃었다는(失速) 것은 맞지 않다”며 “경제동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년 간의 고속성장을 거친 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로, 낭떠러지식 추락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부동산 재고·증시 위축·전통산업 둔화가 경제성장 발목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부동산 재고문제와 6월부터 계속된 증시 부진, 전통 제조업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경제성장에 압력이 되고 있다.
먼저 UBS그룹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타오(王濤)는 “부동산업체의 재고문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공업활동이 위축된 것과 증시 거래량 감소, 수출입 둔화가 3분기 GDP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반기 일련의 재정정책 및 금융정책, 산업지원정책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면서 한 때 3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힘을 얻었으나 증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경제성장의 새로운 변수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증시가 상승세를 연출함에 따라 거래 수수료·중개료·투자관리비 등이 증가, 금융업의 GDP 견인효과가 두드러졌지만, 3분기에는 증시 하락으로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이 같은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
중국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롄핑(連平)은 “6월 이후 자본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증권·보험·신탁 등 금융기관이 큰 영향을 받았다”며 “거래가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3분기 금융업의 경제성장 견인효과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7월 상하이거래소 일평균 거래액은 7024억6000만 위안으로 전달대비 26.9% 감소했고, 선전거래소 거래액 또한 5227억1000만 위안으로 전월대비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8월에도 상하이거래소 거래액은 전월대비 26.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9월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경제가 좀처럼 부진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전통산업의 침체가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교통은행은 최근 경제상황 종합 보고서에서 “자원 채굴업과 중공업, 가공제조업 등의 과잉생산 부담이 여전히 크고, 이에 더해 부동산을 대표로 하는 주요 업계의 투자증가율이 감소하면서 철강과 시멘트 등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타오는 “통계국이 기업규모별 9월 구매자관리지수(PMI)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형기업의 PMI는 살아났지만 중소형 기업은 더욱 나빠졌다”며 “신규주문지수와 대형기업 PMI가 반등한 것 역시 최근 중국 당국이 인프라 투자를 늘린 것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준율·금리 인하 기대감 고조, 4분기 경제 낙관
3분기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면서 4분기 지급준비율(지준율)이나 금리가 재차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왕타오는 “경기부양조치의 목적은 고속성장이 아닌 ‘안정적 성장’에 있다”며 “경기부양조치가 부분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경기둔화압력을 완전히 전환하지는 못하고 있는 만큼 추가 부양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금공사는 앞서 발표한 전망 보고서에서 “인민은행이 연내 금리와 지준율을 각각 1차례, 2차례씩 인하할 것이며, 재정정책에 있어서는 연말까지 투자규모를 대대적으로 늘릴 것”으로 전망했고, 초상은행(招商銀行) 고급 애널리스트 류둥량(流東亮)은 역시 “단기 내에 인민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거나 금리와 지준율을 동시 인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이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완화하는 등 안정적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4분기 경기가 3분기보다는 양호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15년 4분기 경제금융전망보고서’에서 “4분기 안정적 정책이 꾸준히 효과를 냄에 따라 ‘사람’과 ‘돈’이 부족한 투자 어려움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또한 부동산 시장이 점차 회복하고,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4분기에는 경기가 소폭 살아나 GDP 상승률이 7%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보다 0.3%p 하락한 ‘7% 내외’가 될 것이라고 중국은행은 점쳤다.
한편,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에 앞서 인민은행은 16일 지난달 광의통화(M2) 잔액을 발표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M2 잔액은 동기대비 13.1% 늘어난 135조9800억 위안으로 집계, M2 증가율이 2개월 연속 13%대를 기록했지만 전달(13.3%) 대비로나 시장 전망치(13.2%)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관해 초상증권(招商證券)은 “중앙은행의 외국환평형기금이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지준율 인하 가능성을 키우고 있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하다”며 “4분기 경제상황과 유동성 변화에 따라 지준율 및 인하가 단행되고, 각종 투자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4분기에는 3분기보다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화흠증권 거시경제연구원 장쥔(章俊) 또한 “외국환평형기금 감소로 인한 통화정책긴축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지준율을 한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달 만에 1%대로돌아선 것과, 수출입 규모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역시 지준율 및 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CPI가 전년 동기대비 상승률은 1.6%에 그쳤고, 해관총서에 따르면, 9월 중국 수출입 총액은 2조2200억 위안으로 동기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증권(民生證券) 거시경제 애널리스트 주전신(朱振鑫)은 “수출 하락폭이 줄어든 것은 8월 중순이후 위안화 가치가 5% 가량 절하된 것과 관련이 있다”며 “다만, 올 한해 괜찮은 성적표를 원한다면 정부가 안정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4분기에 금리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위안화 환율을 고려할 때 지준율 보다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전신은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