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건검증위 조사결과 "직업병 검증 어렵지만 보상해야"
[뉴스핌=황세준 기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 근로자의 산업보건 제고를 위해 127가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위원장 장재연 아주대학교 교수)는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진행한 작업장 산업보건 실태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특히 SK하이닉스가 화학물질 및 작업환경 분야 66개, 건강영향관리 분야가25개, 산업안전보건 및 복지제도 분야 36개 등 총 127개 과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증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화학물질 제품 860종을 조사한 2.1%인 18종에서 발암성, 돌연변이원성, 생식독성을 확인했다. 독성 물질 중에는 아르신, 황산 등 생산 공정 핵심물질과 석유계 가스, 나프타, 정제유 등 장비보수, 세척 등에 사용하는 물질이 포함됐다.
또 화학물질 성분이나 독성을 알기 어려웠던 영업비밀물질 중 작업자들에게 노출가능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분석한 결과 총 에틸벤젠, 크레졸 등 151개의 화학물질을 새롭게 확인했다.
아울러 일부 공정에서 근로자들이 포름알데하이드 등 유기 화합물, 비소 등 중금속, x-ray 등 유해물질에 기준치 미만으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 자료 분석결과는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대사증후군이 2.4~3.2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SK하이닉스 생산직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자연유산율이 1.3배, 여성 방광염이 1.1배 높았다. 피부염의 경우 여성은 약 1.4배, 남성은 1.3배 더 높았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암으로 병가를 신청한 108명을 분석한 결과로는 갑상선암이 전체의 56.5%인 6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뇌종양(10.2%), 위암(9.3%), 유방암(8.3%) 순이었다. 백혈병 등 조혈기계 암은 5건으로 4.6%였다.
갑상선암의 경우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남성은 1.2배, 여성은 1.6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남성이 2.6배, 여성이 1.3배 유의하게 높았다.
뇌종양(악성과 양성 모두 포함 남성 1.2배, 여성 1.5배), 백혈병(남성 1.2배, 여성 2.0배), 남성 비호지킨림프종(1.3배) 등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보다 발생률이 높았다.
다만, 검증위는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들은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며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하고 건강손상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유지에 필요한 기본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지원대상자에 재직자만이 아니라 질병에 따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자녀도 포함시키도록 제안했다. 지원 대상 질환으로는 반도체 산업과 조금이라도 상관성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암을 포함시켜 누락 가능성을 없애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갑상선암, 뇌종양, 위암, 전립선암, 직장암, 악성 흑색종,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폐암 및 호흡기계 암, 비호지킨 림프종, 기타 조혈기계 암 등이다.
동시에 자연유산과 ‘복지지원대상 질환’이라는 이름으로 희귀난치성질환(다발혈관염 육아종증, 전신성 홍반루푸스, 전신경화증, 쇼그렌증후군,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파킨슨 병, 다발성경화증, 특발성 폐섬유증), 불임, 자녀의 소아암과 선천성 심장기형 및 희귀난치성질환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토록 제안했다.
검증위는 이번 경험과 제안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근로자 질병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확대 및 산재보험 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검증위는 2014년에 한 언론에서 제기한 SK하이닉스 직업병 문제에 대해 박성욱 대표이사가 객관적이고 정밀한 실태조사를 받겠다고 발표하면서 꾸려진 외부 전문가 조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