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등 성장세 지속…현대로템 등 국내업체는 '타격'
[뉴스핌=조인영 기자] 철도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해외수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이 같은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철도산업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26일 창원공장에서 회사 임직원을 비롯해 성신RST, 케이비아이테크 등 주요 협력사 대표와 함께 '위기에 처한 국내철도산업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현대로템의 철도부문 매출은 1조7000억원이며 이중 해외수주는 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수주는 2012년 1조7000억원을 정점으로 2013년 1조4000억원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던 2012년과 비교할 때 65%나 감소한 것이다.
더욱이 작년에는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 3분기까지 현대로템의 철도 신규수주는 약 2500억원이나, 해외수주는 800억원에 그쳤다. 3분기 현대로템의 철도부문 매출은 1조711억원, 영업손실은 170억원이다.
이같은 해외수주 감소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공습에 있다. 중국의 양대 철도차량 제조사인 CNR과 CSR의 합병으로 탄생한 CRRC의 지난해 매출은 168억 유로(약 20조6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자국 철도산업육성 및 해외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양대 철도차량제조사를 합병한 바 있다.
정부의 지원도 막강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동남아시아에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원)의 인프라 관련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조해 아시아 인프라 확충에 1100억 달러(약 127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3년 걸리는 공적개발원조(ODA) 수속절차를 중요 사업의 경우 최대 1년 6개월까지 단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해외 주요 국가들은 자체 현지화 기준을 마련해 자국 철도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철도차량 제작 시 비용 기준 60% 이상의 자국 자재 사용을, 중국은 현지화 70% 및 합작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철도산업 보호책 전무…"철도차량, 최적가치 입찰로 전환돼야"
그러나 국내에는 이런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 철도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으로, 지난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 이후 정부기관 발주는 모두 국제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철도시장 역시 민간투자와 국가조달사업 등 모든 프로젝트에서 국내외 업체간 경쟁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2003년 인천공항공사 IAT를 수주한 미쓰비시(일본)를 시작으로 2008년 대구시 3호선을 수주한 히타치(일본) 등이 한국 철도시장에 진출했다.
시장 규모는 연평균 5000~6000억원 수준으로 세계 철도차량 시장(약 72조원)의 약 1%에 불과하다. 현대로템은 200여개 주요 1차 부품업체를 비롯한 1천800여 개 부품업체들과 협력해 차량을 만들고 있으나 국내 부품사 대부분이 종업원 50명 미만의 중소 영세업체다. 한국철도차량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도차량 관련 부품업체의 연평균 매출은 13억원에 불과하다.
노후차량 교체 문제도 심각하다. 현행 도시철도법은 노후차량 교체와 관련해 별도의 내구연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올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도시철도법에선 관련 규정 자체를 삭제했다. 사실상 전동차를 무기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규 노선에 필요한 차량 구입 시 정부가 구입비용의 50%를 지원해주지만 노후차량 교체는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점도 국내 철도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
각 발주처의 철도차량 구매방식이 여전히 최저가 입찰제도로 추진된다는 점 역시 철도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는 제15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공공조달시장 입찰방식을 최저가에서 최적가치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긴 '입찰∙계약비리 방지 및 계약효율성 향상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최저가 입찰제도로 발생하는 부실공사를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적용대상은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해당되며 정작 제조물품에 속하는 철도차량은 이번 입찰제도 변경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한 폐해는 국내 전동차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전동차 1량당 가격을 보면 지난 2004년 서울메트로에 납품된 2호선 전동차는 9억3000만원이었으며, 2014년 2호선 신규전동차 1량당 가격은 10억5000만원이었다. 지난 10년간 전동차 가격 인상률은 13%에 불과한 셈이다.
철도산업의 위기는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재 창원공장은 생산량이 급감해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장공장 기준 내년 1월 생산량은 69량으로 가동률이 103%가 되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2017년 12월에는 생산량 14량으로 가동룔이 21%까지 급감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