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수능 발표 기다리는 기분이에요.”
그간 봐온 배우 이성민(48)은 프레임 안에서나 밖에서나 언제나 여유 있는 사람이었다. 긴장하거나 초조해 하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오랜만에 마주한 이성민은 개봉을 앞둔 떨리는 마음을 좀처럼 숨기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못자는 건 예삿일. 반갑게 악수를 건네던 그는 “방금도 소화제를 먹었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성민이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바로 신작 ‘로봇, 소리’ 때문이다. 2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이성민의 첫 원톱 주연작이다. 영화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말 책임이 많이 따라요. 무게가 장난이 아니라니까요. 언론시사회 때도 엄청 떨었죠. 계속 ‘미치겠네, 떨린다. 떨려’ 하니까 (이)희준이가 ‘왜 그래요?’ 묻더라고요. 지금 여기서 기자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테니까,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되니까 초조했죠. 물론 그 후로 계속 압박감과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아내가 이제 좀 그만하라고 할 정도죠(웃음).”
이성민의 초조함과 달리 영화는 관객의 감동과 웃음 코드를 번갈아 건드리는 따뜻한 작품으로 세상에 나왔다. 물론 그중에서도 압권인 건 해관 역을 맡은 이성민의 열연. 특히 로봇인 소리와 호흡하는 장면들이 꽤 인상깊다. 로봇과 인간의 감정 교류라니, 결코 쉽지 않았을 듯한데 이성민 본인은 어땠을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설정 자체도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다루는 거라 감정 교류도 힘들지 않았죠. 대신 기계와 연기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있어요. 주고받는 리액션이 필요할 때 동작을 계속 만들었는데 굉장히 신선했죠. 간혹 묘하게 합이 잘 맞아서 웃었던 적도 있고요. 소리를 조정하는 소리 삼촌이 계셨는데 그분 연기도 점점 늘더라고요. 나중에는 소리 움직임으로 애드리브도 했죠(웃음).”
로봇과 호흡만큼이나 집중하고 봐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이성민의 절절한 부성애다. 하지만 극중 해관은 딸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심한 아버지. 대부분 해관의 감정에 공감했다는 이성민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힘들었을 거라 여겼다. 더욱이 이성민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나중에도 딸이랑 이런 데(삼청동) 와서 차 마시고 하는 게 꿈”이라던 다정다감한 ‘딸바보’였다.
“안 그래도 오늘도 딸한테 ‘빨리 영화가 잘돼야 너하고 여행가지’ 그랬어요(웃음). 전 딸이랑 있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즐거워요. 이야기 들어주는 것도 좋고요. 오히려 제가 살가운 아들이 아니었죠. 연기한다고 갈등도 있었고 아버지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일 년 정도 안보기도 했어요. 지금 이렇게 영화 주연하는 것도 보고, 사람들이 아들 알아보는 것도 즐기고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확실한 건 대하는 방법이 다른 거지 해관을 포함한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는 거겠죠.”
첫 주연작 개봉으로 기분 좋은(?) 부담감 속에서 한 해를 시작한 이성민은 올해도 어김없이 바쁜 일정을 보낼 계획이다. 먼저 ‘로봇, 소리’에 이어 당장 오는 2월 ‘검사외전’으로 또 한 번 관객을 만난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릴 때쯤엔 tvN 드라마 ‘기억’ 촬영에 들어간다. 물론 그사이에 김수현과 함께하는 영화 ‘리얼’ 촬영도 병행할 예정이다.
“우선 ‘리얼’ 촬영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기억’ 준비를 해야죠. 지금도 ‘리얼’ 드라마 대본을 보고 있는데 걱정이죠. 극중에서 맡은 역할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변호사거든요. 쉽지 않은 연기를 해야 해서 신경이 쓰이네요. 이상하게 나한테는 사연 있는 역할만 많이 와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