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헬지옥’ 비판, 경제계 “일자리 창출” 맞서
[뉴스핌=송주오·황세준 기자]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행정지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행정지침 시행으로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입맛대로 자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선 직장인들은 특히 저성과자 해고와 관련해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통상해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현재도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을 생전 해보지도 않은 업무에 배치하거나 저성과자로 분류해 교육만 계속 시켜 결국 그만두게 만드는 사례가 있어 왔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
실제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집체교육’을 실시하다가 ‘퇴직 강요‘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교육을 중단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홍보, 경영지원 등 스텝부서의 경우 1순위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스텝조직 대리 3년차인 A씨(30대)는 “정말 현저하게 업무 성과가 낮은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도 상사한테 잘 보이면 더 좋은 점수를 받는 현실에서 일반해고로 인해 이 같은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지침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1900만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1700만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는다고 경고했다.
한노총은 “1년 미만 노동자 비중이 35%에 불과하고 전체 노동자 평균 근속연수가 5년, 정년까지 근무하는 노동자 비중이 10%인 점을 보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지금도 상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성과자 해고를 정부지침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해고 요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지침은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변경해 임금 및 근로조건이 저하될 경우에도 사용자 일방적으로 임금을 깎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정부의 지침이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리해고, 구조조정, 명퇴에 더해 성과평가를 통한 ‘상시적인 해고’는 2000만 노동자의 삶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90%에 달하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고 평생 단체협약조차 맺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제한이 노동자를 지켜왔는데 정부 지침으로 헬조선의 또 다른 지옥문이 열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제계는 정부 지침 시행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는 "완벽하게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발표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임금피크제를 좀 더 쉽게 도입할 수 있게 돼 전반적인 고용여력이 늘어 청년 고용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지지부진하고, 매년 1만3000건 이상의 해고소송이 벌어지는 등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이 팽배해지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라며 “이번 지침 발표를 계기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제도개선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전경련은 동시에 “우리 노동시장이 선진국처럼 유연하고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양대 지침에서 더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최근 통상임금 지침 사태에서 보듯 사법부가 행정부의 지침과 다른 판단을 하여 예상하지 못한 노사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양대지침의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