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격적 시장진출 영향, 건설·정유·유화만 봄볕
[뉴스핌=황세준 기자] 전자․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중국발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6년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전자․IT,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는 ‘흐림’(나쁨), 조선업은 ‘눈’(매우 나쁨)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조사에서 ‘구름 조금’(좋음) 이었던 전자·IT업종이 이번에 ‘흐림’으로 악화됐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5년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7.4%)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생산과 투자도 부담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1년새 평균가격이 30%나 떨어졌고, TV 역시 같은 이유로 수출시장에서 평균 40%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다만, 업계는 브라질 올림픽 특수와 대형TV 같은 프리미엄 가전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철강업은 중국 업체들이 과잉생산된 물량을 지난해보다 29% 싼 가격으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40%에 이르는 상황이다.
업계는 다만, 견조한 건설경기에 따른 철근수요 증가세와 올해부터 공공건설에 시행될 ‘자국산 우선 구매제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동차 업종은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인 180만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3.1%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러시아,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 수출도 통화약세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는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진 친환경차(현대 아이오닉, 기아 니로) 등 신차출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계업종은 올해 중국 부동산경기 침체와 중국, 일본과의 경쟁 격화가 부담이다.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50%를 육박했던(2000년대 중반) 한국 기업 점유율이 지난해 10%를 밑돈 반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은 사상처음 30%를 넘었다.
섬유․의류업종은 올해 상반기 국내생산과 수출은 각각 0.4%, 1.4%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의 수급이 좋지 않다. 중국경기 둔화로 수요가 크게 감소한 반면 중국과 인도의 생산증대로 30% 이상의 과잉공급이 예상된다.
지난해 사상초유의 어닝쇼크를 겪은 조선 업종은 올해도 저유가로 인한 신규 발주속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올해 수주량은 전년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해양플랜트의 의미있는 수요개선이 나타나는데 현재 그 절반인 30달러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와 일본의 기술력에 맞서 고부가가치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중국이 차이나 인사이드로 주요 제조업을 자급자족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내 초과공급물량을 낮은 가격으로 수출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선제적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경쟁제품의 차별화와 고품질 소비재 수출로 차이나 한파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종은 작년 호조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올해 건설수주 전망치는 123조원으로 지난해(140조원), 2007년(128조원)에 이어 역대 3번째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란 제재 해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공식출범으로 해외건설도 청신호라는 진단이다. 다만, 상반기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심사 강화, 대량공급된 아파트 분양물량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정유, 유화업종은 저유가 속에 천연․셰일가스(미국)나 석탄(중국)을 주원료로 하는 경쟁국에 비해 원가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제마진은 배럴당 3달러선(작년초)에서 8.7달러(작년 12월)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중국경제 둔화로 인한 차이나 한파와 공급과잉(테레프탈산, 카프로락탐) 등 업계의 근본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