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 수출성장 외자유입 환율하락 틈타 벼락부자
[뉴스핌=이지연 기자]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수많은 벼락부자가 탄생했다. 지난해 기준 자산 1조원이 넘는 중국의 ‘슈퍼리치’만 약 600명에 달한다.
서양이 100년 이상을 들여 완성한 '자본주의 나라'를 중국은 단 30년만에 만들었다. 고속성장 과정에서 누군가는 재빠르게 기회를 포착했고, 그 결과 오늘날의 ‘중국 부자’가 탄생했다. 이들은 어느 시기에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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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이 막 꽃을 피운 1980년대, 수많은 ‘다오예(倒爺)’가 등장했다. 다오예는 투기꾼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에선 이중가격 제도를 실시하고 있었고, 다오예들은 상품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다.
가장 압권은 어떤 이가 1989년 러시아에서 Tu-154 비행기를 사와 쓰촨항공에 초고가로 판매한 일이다. 이를 통해 그는 순식간에 약 1억위안(약 183억원)의 떼돈을 벌었다.
다오예는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돈방석에 앉은 그룹이다. 이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했는데, 때문에 다오예중에는 공직자의 비중이 높았다. 공직자들은 자신이 가진 권세를 이용해 뇌물수수, 투기 및 사기에 가담했고 차곡차곡 재산을 모았다.
한편 국유기업 개혁으로 수많은 직원이 정리해고 됐다. 그리고 이들 중 몇몇은 이 덕분에 부자가 됐다. 한때 상하이 최고의 부자였던 구추쥔(顧雛軍)의 경우 국유기업 민영화 물결을 타고 헐값에 국유기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당시 법의 허점을 파고든 편법행위가 있었다. 망하기 일보 직전의 국유기업들을 살려낸 ‘히어로’ 구추쥔은 2008년 허위등록, 공금횡령 등의 죄목으로 1심서 유기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1990년 중국증시, 즉 A주 시장이 출범한 뒤로는 내부자 거래 및 주가조작을 통해 떼돈을 번 사람들이 나타났다. 또 광둥성 차오산(潮汕) 등 연해지역에서는 밀수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례가 꽤 존재하기도 했다. 어떤 밀수단은 산터우(汕頭)와 홍콩 등지 밀수단과 공조해 대규모 밀수를 벌이기도 했다. 이 지역의 최고 갑부 대다수는 밀수 혐의가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자산 1000억원대, 1조원대의 슈퍼리치가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3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첫째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해외 자본이 결합하면서 제조업 활황을 통해 부자가 될 기회를 맞았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바로 이 시기에 제조업에 뛰어든 민영 기업가들이 돈방석에 앉았다.
두번째 유형은 부동산 버블과 광산 민영화붐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지방정부와 부동산 업자는 부동산 시장화의 훈풍을 타고 부동산 가격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면서 업자들은 돈을 갈퀴로 쓸어 담았다. 현재 중국의 슈퍼리치 가운데 절반 가량은 부동산 업자다.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재산이 18조원 이상이다.
셋째 위안화 가치상승과 함께 핫머니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틈을 이용해 많은 부자가 탄생했다. 핫머니 유입으로 2007년 A주, 2011년 창업판(차스닥), 2013년 부동산 시장이 유례 없는 활황을 맞이했다.
이 세 가지 루트 외에 대형 프랜차이즈, 석탄, 광산 등 업종에서도 벼락부자가 탄생했다. 약싹 빠른 사람들은 광산을 불하받아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이 1조위안을 넘는 억만장자는 596명이다. 전년보다 242명 증가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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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중문판 ‘2015 중국 대중 부유층 재산 백서’에 따르면, 2015년 말 중국 개인의 투자가능 자산 총액은 114조5000만위안으로 추정된다.
2014년 말에 중국 부유층 수는 동기대비 15.9% 늘어난 1388만명이었다. 2015년 말에는 이 수가 1528만명으로 늘어났다는 추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유층은 개인의 투자가능 자산이 60만~600만위안에 이르는 계층이다. 개인의 투자가능 자산은 현금, 예금, 주식, 펀드, 채권, 보험 등 기타 재테크 상품 및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포함한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중국 부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후룬 통계에 따르면 한화 백억원대 자산가의 85%는 자녀를 해외로 보냈다. 자녀교육이 해외투자 1순위 고려사항이 되면서 해외 부동산 등에도 ‘레드머니’가 대거 유입됐다.
중국 부자의 43%는 재산 안전을 위해 투자이민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억원대 자산가 가운데 1/3 가량은 이미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부자들 가운데 약 30%는 향후 3년 안에 해외 투자를 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자가 해외 투자를 고려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체제전환기 및 제도의 약점을 파고들어 축적한 재산에 대한 께름직한 불안감이 신경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가가 언제라도 불법 사유재산을 몰수할까 두려운 이들은 사유재산 보호체계가 완비된 국가로 재산을 분산하려는 것이다.
한편 경제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산업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지금의 억만장자들이 언제 쪽박을 찰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종 부침에 따라 보유 자산이 지각변동을 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안에 중국 부자의 80%는 거지로 전락할 것이다” 장팅빈(張庭賓) CNYUAN 싱크탱크(中華元智庫) 창업자의 예언이다. 특히 광산, 부동산, 철강 분야에서 부를 축적한 부호들이 불길한 예언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경제 사회의 숱한 전환기에서 기회를 잡았던 현재의 중국 부호들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지켜나갈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bubbli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