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하면 우대금리·경품 추첨 등 마케팅 치열
[뉴스핌=김지유 기자] # 30대 은행원 A씨는 설 연휴 동안 대학 동창들과의 술자리를 주도했다. 다음 달 ISA계좌 도입에 앞서, 가까운 지인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A씨는 ISA 가입을 해준다면 1인당 계좌에 1만원씩 사례금도 넣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몇몇 친구들에게 구두로라도 약속을 받아내고 나니, A씨는 귀경길 마음이 한결 가벼움을 느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14일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의 출시를 앞두고 은행권은 설 연휴에도 잠재 고객 유치활동을 벌였다. 직원들은 A씨처럼 설 연휴에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친지들에게 상품가입을 권유하거나, 학교 동창들에게 새해인사를 전하며 물밑 영업을 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ISA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꾸리거나, ISA 연계 전용 예금상품 출시 및 가입 사전예약을 시작해 금리우대와 자동차 경품까지 내걸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이 금융거래 상품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시작 전부터 경쟁치열…출시 후 실적압박 걱정에 '한숨'
직원들은 은행의 방침에 따라 설 연휴를 전후로 물밑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편, 소속 부서와 담당 업무에 상관 없이 실적 압박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수신업무를 담당 중인 B씨는 "설 연휴는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새해인사를 전할 겸 지인들에게 ISA 가입 사전예약이나 상품 출시 후 가입을 권유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는 서울에서 졸업했는데 고향은 강원도라 권유 범위가 넓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상품 출시 전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출시 후에는 어떨까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C씨는 "아직 상품이 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 대상으로 영업하기는 힘들고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에게 주로 알리고 있다"며 "영업점 입장에서 볼 때 다른 부분보다 ISA 가입 1개를 더 유치하는 것이 실적에 유리한 구조가 될 것 같아서 대출업무를 보고 있지만 ISA 실적을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TF구성부터 사전예약시 경품이벤트까지
주요 시중은행들은 관련 TF를 꾸리거나 상품 기획 및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ISA 연계 전용 상품을 출시하거나 가입 사전예약을 시작해 금리우대 및 경품까지 내걸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ISA 가입을 사전예약하면 추첨을 통해 1명에게 현대차 '아반떼'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현재는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웹페이지를 통해 가입 사전예약이 가능하지만, 15일부터는 인터넷뱅킹이나 영업점에서도 사전가입안내 동의서를 작성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ISA에 가입하면 최대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는 ISA우대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1.6%지만, 29일까지 ISA 가입 사전예약을 하면 0.2%포인트(P)를 더 준다. ISA 출시 후, ISA에 100만원 이상 가입하면 0.3%P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조건에 따라 최대 연 0.5%P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 방문 고객 대상에게 ISA 관련 은행거래신청서, 투자정보확인서를 받음으로써 ISA 가입 가망고객을 사전 조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KB투자증권, KB자산운용과 ISA 도입 준비 TF를 구축해 대응 중이다.
◆ISA 시장 첫해 규모만 11조원 추산
ISA는 계좌 하나에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넣어 운용하는 방식으로 '만능 통장'으로 불린다.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농어민이 가입대상이며 연간 2000만원까지만 넣을 수 있다. 단,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다.
의무 가입 기간 5년만 채우면 순이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초과분은 연 9.9% 분리과세의 세제 혜택까지 볼 수 있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는 의무 가입 기간 3년에 250만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하다.
오는 2018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제도지만, 도입 첫해 시장 규모만 11조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금융권의 ISA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초기 유치한 고객이 장기로 남을 가능성이 커, ISA 초반 영업실적에 주도권이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ISA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본사에 근무 중인 D씨는 "ISA가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금융사 간 경쟁은 너무 치열한 것 같다"며 "그러나 일단 출시가 돼 봐야 (성공 여부를)알지 않을까 싶다. 그 다음에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