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연기 부담에 테러방지법-선거구획정안 처리할 듯
[뉴스핌=김나래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40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여야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43년 만에 무제한 토론을 진행중이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7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로 맞불을 놓고 있다.
여야 간 논란의 핵심은 국가정보원의 대테러 조사 및 테러위험인물 추적권을 규정한 법안 제9조와 이를 위해 도·감청을 허용한 부칙 제2조다.
더민주는 두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두 조항을 살려두면서 보완책으로 국정원이 조사·추적권을 행사할 경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사전 또는 사후 보고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 대책위 소속 인권보호관이 이를 감시·견제한다는 내용을 주호영 의원이 발의한 안에 담았다.
테러방지법 추가 수정 요구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더이상 협상 불가'란 입장인 반면, 더민주는 역시 '필리버스터 중단 불가'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 김무성 "필리버스터 26일 중단할 것"…자신한 이유?
현행법상 필리버스터를 멈추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재적의원 3/5 이상의 토로 종결 요구가 있는 경우 ▲토론에 나설 의원이 없는 경우 ▲국회 회기 종료하는 경우다.
새누리당 의석은 현재 3/5(176명)이 되지 않기 떄문에 야당이 자진 철회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157명)과 국민의당 의원(17명)을 합쳐도 174명에 그친다.
야당이 스스로 멈추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는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10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겨진 선거구 획정 기준을 처리하려면 더민주로서도 본회의 표결이 필요하다.
다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잠시 중단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명확한 관련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선거법을 위해서 필리버스터를 잠시 중단하고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고 의장이 받아들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국민적 지탄과 선거 부담…필리버스터 지속하기 어려워
필리버스터를 지속할 수 없는 이유로는 국민적 지탄에 대한 따금한 충고도 나온다.
먼저, 새누리당의 지적대로 현재 '필리버스터'와 '필리버스터 진행 의원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지만 국민적 호기심이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승함 연세대학교 정외과 교수는 "현재는 어느 의원이 몇 시간 기록을 깼다는 신기록에 대한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4일만 지나도 국민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며 "한 사람이 세계기록을 깨기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기록들을 세우면 야당 스스로 자동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선거구 획정법안이 29일까지 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4월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도 야당으로선 부담이다.
양 교수는 "야당이 100여 명의 의원으로 필리버스터를 보름로 끌 수 있겠지만 선거구 획정이 안될 경우 선거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여론 폭탄을 맞아 선거를 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법안 통과를 하지 못한 법안이 쌓여있는 상황이라 국민들의 지탄이 야당에 집중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당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테러방지법과 선거구획정을 동시에 처리하려는 새누리당의 원래 목적이 전략적으로 관철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은 "26일을 놓칠 경우 선거가 어려워지니 필리버스터를 끝낼 가능성이 높다"며 "여당 주장대로 선거구획정 이전에 테러방지법을 먼저 통과시키려는 목적이 전략적으로 관철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