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재정사정 악화..국내 철강사간 경쟁과열도 우려
[뉴스핌 = 전민준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의 이란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조달 및 과도한 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원장은 지난 28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에게 큰 수혜가 기대된다"라며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조달방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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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친환경 제철공법인 파이넥스와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CEM) 기술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란에 유정용강관과 건설용 봉형강을 비롯한 철강재 수출 계획을 수립중이다.
세아제강이나 하이스틸 등 강관사들도 송유관 및 가스관을 수출하기 위해 이란국영석유공사(NIOC), 이란국영가스공사(NIGC)와 업무협약 체결을 구상하고 있다.
손 원장은 "이란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재정이 부족해서 대부분 금융조달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해외 플랜트 EPC업체들과 공조를 통해 자금조달방안을 마련해야 현실적으로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조달 비용이 크고 경제제재 해제 조치가 복원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란에는 10개사 철강사들이 존재하고 연간 1500만t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400~500만t 정도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은 중동 최대 생산국이지만 전체 철강재 소비량의 30%를 수입에 의존할 만큼 기술력은 낙후된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제재로 정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터라 공사를 직접 발주하기보다는 시공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연계해 오는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있다. 투자개발형은 시공사가 직접 공사비를 조달해 공사를 시행한 뒤 20~30년 동안 운영하면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손 원장은 '치킨 게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지금은 프로젝트 숫자 규모가 제한돼 있는데 프로젝트 하나에 수많은 철강사가 달려들면서 입찰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며 "저가 수주는 결과적으로 철강사들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란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국가 중 한 곳인 중국이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이란 경제재제에 참여하면서 이란으로 철강재 수출을 중단했었다. 하지만 중국 철강사들은 이란에 연평균 400만t 수출하면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철강사와 EPC업체, 공기업(정부) 간 촘촘한 '수주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손 원장은 "이란 철강 수요가들은 경제제재 당하는 동안 중국 철강사들로부터 도움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철강재들은 중국산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철강사들의 성공적인 이란 진출을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철강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금융지원 방안이 신속하고 내실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운영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