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목적인 전자담배에 '과세' 추진..금연지원 예산은 1475억뿐
[뉴스핌=이진성 기자] 정부가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전년 대비 약 3조5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사용자가 늘고 있는 전자담배에 대한 제세부담금 체계를 개편해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0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세금부과 근거가 되는 담배반출량은 줄었지만, 거둬들인 세금은 늘었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 당시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한 ‘세수 확보’가 목표라는 주장이 통계상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담배는 전년(45억갑) 대비 29.6% 감소한 31억갑이 판매됐다. 그럼에도 세수는 늘었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4500원 기준으로 3318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담뱃값이 2500원이던 당시 부과되던 세금은 1550원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담뱃값 경고그림 <사진=보건복지부> |
담뱃값 4500원을 기준으로, 한 갑당 3318억원 세금이 매겨졌다고 가정하면 정부는 지난해 10조2858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세수는 6조7425억원이다. 즉 3조5433억원이 더 걷힌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가 아닌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추가로 걷어진 세금에 대해서 금연정책을 위해 쓰이도록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지난해 금연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은 1475억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흡연자들이 금연을 위해 찾는 전자담배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전자담배에 대해 니코틴 용액의 부피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전자담배 판매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니코틴을 높은 농도로 제조·판매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니코틴의 함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농도 니코틴이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하지만 금연을 위해 찾는 전자담배에 세금부과에 대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건강을 위한 목적이라면, 전자담배 니코틴 판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세체계 개편으로 결국 전자담배에 대한 세수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전자담배 관리대책을 내놓은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강증진이 목적"이라며 "세금부과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부과체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달라는 질문에는 “확정된 것은 없다. 관계부처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을 관리하는 기재부에서 방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담뱃값 경고그림과 금연캠페인 등 건강증진을 위해 펼쳐온 사업들이 세수문제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 등 금연정책이 세수확보 목적이 아니라면, 거둬들인 세수를 금연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