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지난 1분기 중국 경기 반등에 베팅했던 해외 자금이 4월 지표 부진을 확인한 뒤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마했는데 역시나’라는 심리가 시장에 만연한 가운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와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Markit)가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 주식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미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China Large-Cap ETF(FXI)의 유통주 내 매도 포지션 비중이 10%까지 상승,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취하고 있는 해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9일~11일) 3일간 해외 상장된 중국 본토 증시 관련 ETF에서 2억4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기간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규모도 10억 5000만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1주일 기준으로 지난 1월 중순 증시 파동 이후 최대 수준의 자금 이탈이다.
중국 위안화 <사진=바이두(百度)> |
이는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호전됐던 주요 지표들이 4월 들어 일제히 부진한 모습으로 돌아선 가운데, 중국 당국이 더 이상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는 탓이다.
4월 중국의 중국의 생산, 소비, 투자 성장세가 모두 둔화되며 기대 이하의 부진을 보였다.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대비 6.0% 늘며 직전월 기록한 6.8%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도 10.1%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문가 전망치인 10.5%에 못 미쳤다. 경제활동의 주된 동력으로 평가되는 고정자산 투자의 1월~4월 누적 수치도 전년 동기대비 10.5% 늘며 직전월 기록인 10.7%에서 후퇴했다.
동시에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경기 침체 L자형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나선 점도 셀 차이나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공산당 최고 지도부를 의미하는 '권위인사를 내세워' “중국경제의 L자형 경기 흐름이 향후 1~2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단기적으로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것도 경계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이와 관련해 중국 금융정보매체 월스트릿 견문은 “중국 당국이 더 이상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투심을 제한하고 있다”며 “일부 중국 본토 증시 ETF 상품이 4월 중순 고점 대비 11% 가까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환율 흐름도 심상치 않다. 지난 몇 달 사이 달러화 하락으로 주춤했던 위안화 역외시장 평가절하와 자본 유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0.6% 떨어졌다. 지난 3~4월 1% 올랐던 위안화는 보름 사이 상승분을 절반 이상 토해낸 셈이다.
지난 12일 기준 역외 위안화(CNH)과 역내 위안화(CNY)의 달러 대비 가격차도 지난 2월 초 이후 최대 수준인 0.0297위안까지 확대됐다. 통상 시장에서 위안화 매도 압력이 강해지면 역외 위안화가 역내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으며, 두 시장간 환율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금융정보매체 월스트릿견문은 “현재 CNH와 CNY의 환율 차이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연초 수준의 위안화 매도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