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0만명 추정..박스피·저금리 지쳐 성장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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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해외 직구(직접구매)' 바람이 주식시장에도 불고 있다. 1800~2000 사이에 갇혀 재미없는 '박스피'를 떠나 큰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는 욕구가 커진 셈이다. 또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으로 증권사에서 근무하다 전업투자자로 변신한 '전문 개미'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증권업계에선 해외주식 직구족을 대략 10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뉴스핌이 '해외주식 직구'를 집중 분석한다.
[뉴스핌=이에라 기자] # 40대 중반의 직장인 김중기(가명)씨는 5년전 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미국 1위의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디포(Home depot) 주식을 매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했던 미국의 주택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을 때 였다. 5년전 주당 28달러에 산 홈디포 주식이 최근 13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4배 이상으로 뛰었다. 여기에 환차익도 감안해야한다.
# 최근 한 대형 증권사는 서울 강남의 지점에서 인도네시아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제와 기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유독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많았다. 미국이나 중국 등을 설명할 때 40~50대가 대부분인 것과 대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해외주식 직구는 국내에서 온라인이나 전화로 세계 각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사고 파는 것이다. 증권사를 통해 매매가 가능한 국가가 20여개국에 이른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해외주식 직구족은 10만명 이상이다. 대부분 40~50대다.
해외주식 직구족이 주로 거래하는 시장은 미국, 홍콩, 일본, 중국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매매)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투자자들이 주로 미국 시장 상장종목을 매수한다. 은퇴자들은 중국 포함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머징 국가를 눈독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화주식 보관 규모는 66억3900만달러(한화 7조6300억원)로 지난해 초 45억3300만달러에 비해 20억달러 증가했다.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외화주식 보관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국내 개인 투자자가 보유 중인 해외 주식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70~80년대 한국의 성장을 경험한 장년층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을 선호한다"며 "은퇴 후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향후 10년 후에 높은 수익이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글로벌영업팀 관계자는 "미국시장에 관심 갖는 투자자는 30~40대로 젊은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영어에 능숙한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더 뛰어나다"고 전했다.
◆ 저금리와 박스피에 지쳐 해외시장으로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많지 않았다. 해외사업 등으로 글로벌 주식이 친숙한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 등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할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달라졌다. 저금리, 박스권 속에 지친 투자자들이 성장성을 찾아 글로벌 자산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 미국의 지표 개선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관련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이제는 직접 미국 주식을 찾아 매매한다는 얘기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금리가 많이 떨어지면서 예적금만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해외 투자를 통해 기대 수익률을 높인다"며 "코스피가 6년째 박스권에 머무르며 국내 증시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는 것도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거액 자산가들 위주의 시장에서 매스(일반) 마켓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며 "2~3년 뒤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금융소득종합과세 피할 수 있는 수단
거액 자산가들은 절세를 이유로 해외직구족이 되기도 한다. 해외주식 투자수익은 양도소득세를 낸다. 250만원을 공제하고 세율 22%를 적용받는다. 이는 다른 근로소득, 이자배당소득 등 소득세와 별도로 계산된다(분류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후강퉁이 해외주식 직접투자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삼성증권에서만 후강퉁 위탁매매 수탁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 인기였다. 다만 하반기 들어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거래정지 종목이 속출하면서 한풀 꺾였다.
이용훈 팀장은 "선진시장이 아닌 곳에 투자할 때 거래소 규정이나 정보의 제한성이 리스크"라며 "중국은 개별 기업들이 거래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데 사실상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시 내용을 잘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제때 알려 투자자 보호가 잘 되고 있는 증권사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