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의 종말] <끝> 한은 "금리중심정책이라 큰 변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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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중앙은행이 지갑에서 현금을 없애라(Abolish the cash in your wallet).”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수석이코노미스트 앤디 홀데인(Andy Haldane)의 주장이다. 그는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9명의 위원 중 한 명으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과 같은 위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이자, 미국 <타임>지가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할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앤디 홀데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 2015년 9월18일자 보고서 ‘(금리)얼마나 낮게 더 갈수 있을까?’에서 “네거티브(마이너스) 금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는 현금을 없애거나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이 사라지면 중앙은행이 네거티브 금리를 통해 경기부양을 할 수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그는 두 가지 경로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첫 번째 네거티브 금리에서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찾아 직접 보유하려 하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현금을 없애거나 디지털화하면 보유하는 즉시, 네거티브 금리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예금을 소비에 쓴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소비에 돈을 많이 쓰면 네거티브 금리 효과는 더욱 커져 현금이 더욱 쉽고 빠르게 시중에 돌게 된다.
그는 “현금을 없애고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중앙은행의 핵심 핵심 과제”라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겪은 ‘제로금리제약(Zero Lower Bound: ZLB)’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ZLB란 명목금리가 '제로(0)' 이하로 내려갈 수 없는 이유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마이너스금리가 될 경우 은행에서 예금을 전부 찾아 현금으로 보유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ZLB라는 벽이 있다.
현금이 거의 없는 미래사회에서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의 작년 12월 26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스웨덴을 이 같은 미래가 실현된 곳이라고 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15년 발행한 2014년 기준 지급, 청산, 결제 통계자료를 보면 스웨덴 소비자들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로 세계 최저다.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우리나라 39%(2015년은 36%,여신금융협회 자료)의 절반수준이다.
또한 스웨덴은 지폐와 동전 등 현금 유통량이 국내총생량(GDP) 대비 2%로 미국(7.7%)과 우리나라(4.7%)보다 낮다. 유로화 화폐를 쓰는 유로존(10%)보다 압도적으로 낮다.
현금을 사라지게 만든 주인공은 신용·직불카드와 앱(APP)이다. 특히 앱의 성장세가 무섭다. 대형 시중은행 지점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금(시재금)을 보유하지도 않고 예금으로 받지도 않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작년 36억 크로노(스웨덴 화페 단위)로 2010년 87억 크로노에 비해 60%나 감소했다.
이렇게 화폐가 줄자 현금이 양지로 나오고 시중에 풀이는 통화정책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하경제가 축소되고 있고 현금거래보다 세수를 확보하는데도 유리해지고 있다”면서 “은행들도 비용 절감과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리프 트로겐 스웨덴 은행연합회 관리자의 말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어떤 관점을 갖고 있을까? 아직 구체적인 전망이 나온 적이 없고,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만 현금 수요가 줄면 은행예금도 줄어 한은의 시뇨리지 수입(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서 액면가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러나 통화정책에 영향을 크게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한은 금융결제국 관계자는 “현금이 줄면 통화량, 유통속도 등 통화지표의 유효성이 낮아지고 활용성도 떨어질 수 있지만 금리중심 통화정책 하에서 이런 지표는 보조지표여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