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세계 최고수준 우윳값에 수입 의존...제도개선 협의 중”
[뉴스핌=박예슬 기자] 최근 시중에 생크림 물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생크림 물량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원유(原乳)가격연동제'를 지목하고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13년부터 낙농업계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 매년 8월 1일 생산원가 등을 고려해 원유가를 결정하고 각 업체는 매년 일정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한 후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등 시중에는 여전히 국산 생크림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생크림 부족사태는 심각하다. 지난해 대비 1/4 정도의 물량밖에 없고 어쩌다 들어 와도 금새 품절된다”며 “올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생크림 물량의 부족으로 일반 소비자 및 개인 카페, 베이커리 업자 등이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생크림 대란의 원인 중 하나는 생크림을 만들기 위해 함께 생산하는 탈지분유의 수지가 맞지 않아 업체에서 생산을 줄이고 있는 점 때문이다. (뉴스핌 14일 출고된 <'생크림 대란'…카페 사장님만 ‘발 동동’ 왜?> 참조)
업계에서는 탈지분유의 수지가 맞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원유가격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지적한다. 현재 국산 원유가격은 KG당 1085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반면 미국은 403원, EU는 388원, 뉴질랜드는 285원 수준이다.
원유가가 높은 탓에 시중 가격 역시 글로벌 가격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국산 탈지분유는 지난해 기준(환율 1131원 적용) 1만2000원에 달하는 반면 수입산은 3500원에 불과해 3개나 차이가 난다. 저출산, 인구감소 등으로 탈지분유에 대한 수요 자체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생크림 생산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유업계의 선택은 생크림 수입량을 늘리는 것. 생크림을 수입 판매한다고 해도 큰 타격은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시중에서의 생크림 생산량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수입량은 이미 늘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국내 크림 생산량은 3125톤이었으나 올 4월에는 2137톤으로 1000톤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크림 수입량은 지난해 4월 787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1/4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 1월 들어 1353톤으로 급증했고, 지난 4월에는 1820톤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크림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 이대로의 추세라면 조만간 수입량이 생산량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연동제 때문에 국산 원유가격은 외국산에 비해 두 배 가량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생산가가 떨어지거나 우유 수요가 변할 때 유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낙농업계의 입장도 있지만 유업계와 낙농업계가 함께 공생해야 하는데 지금의 제도로는 결국 높은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우유시장 문제는 인구감소 등에 따른 소비 감소 등 시장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며 "현행 원유가격연동제를 수정할 계획은 따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