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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볼펜 한 자루가 주는 기쁨

기사입력 : 2016년07월08일 15:31

최종수정 : 2016년08월04일 17:32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눈을 떴지만 울적한 마음이 들어 선뜻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어젯밤까지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침대 위에 먹구름처럼 떠서 짓누르는 것 같았다. 머리맡엔 노트와 볼펜이 놓여 있었다. 꿈결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기 위한 것인데 볼펜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장난끼가 동했다.
침대 위에 엎드린 채 볼펜을 손에 들고 요모조모 뜯어보다가 상단부를 잡고 하단부를 돌려나갔다. 위 아래를 분리하고 볼펜심을 빼내 노트 위에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그러다가 이런 모양이 되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생각이 떠올랐다.

‘침몰 중. 해저에 닿으면 무엇이 될까.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으니 나는 무슨 그림으로 번져나가 생성되려나.‘

내 마음이 반영된 문장일 것이다. 울적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장난끼가 더욱 도져 노트를 90도 왼쪽으로 돌려 보았다.

그러자 이런 모양이 되었다. 보자마자 문장이 꿈틀거렸다.
‘이것은 나의 권총이다.’
생각이 이어졌다.‘나의 권총엔 사랑과 진실과 서정이 장전되어 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린 것들일 것이다. 기분이 사뭇 달아올라 90도 왼쪽으로 또 돌렸다.

‘이것은 우주의 가장 깊은 비밀을 찾아 떠나는 나의 우주선이다.’

마음이 한결 즐거워져 천장을 바라보며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염없이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몇 차례의 허접한 장난질을 통해 우주를 향해 비상하게 된 것이다. 숨을 한번 고르고 90 도 왼쪽으로 마저 돌렸다.

아무런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다.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볼펜이다.’

의미와 물자체. 그 사이에 펼쳐진 무한한 스펙트럼. 나는 그것을 아코디언 삼아 연주하고 싶다. 저녁 노을 속 거리의 악사처럼.

볼펜 한 자루의 생각. 볼펜 한 자루의 기쁨.

중년의 남자가 평일 아침에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걸 보면 남들은 한심하게 여길 것이다. 대수롭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무슨 큰 발견이나 한 듯 과장을 떠는 꼴이 우스꽝스럽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뭐라도 된 듯한 기운이 생겨났다. 어둠 속에 울적하게 웅크리고 있던 조금 전의 내가 아니었다. 눈 앞의 볼펜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볼펜은 볼펜 이상이었다.

상상력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상상력은 소비의 차원에 머무르는 경향이 크다. 하루가 멀다하고 빼어난 상상력의 제품들과 소설,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그런 상상력의 홍수 속에 살다보니 좋은 면도 많겠지만 익사의 우려 역시 크다. 남들이 만들어 제공하는 화려한 상상력의 성 안에서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그에 결부된 창조는 거대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곳, 바로 우리의 소박한 둘레가 그 멋진 토양일 것이다. 울적하거나 뭔가 막혀 답답해지면 주변에 눈에 뜨이는 아무 것이나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볼펜을 돌려도 좋고 상황을 돌려도 좋고 읽고 있는 신문이나 보고 있는 뉴스를 다른 각도로 돌려서 보고 들어도 좋다. 나는 오늘 아침 이러한 깨달음을 내게 준 낡은 볼펜을 조립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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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尹지지율 0.9%p↑, 27.8%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20%대 중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5일~2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27.8%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9.8%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4%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에 비해 0.9%포인트(p) 상승했고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42.0%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1.4% '잘 못함' 76.8%였고, 30대에서는 '잘함' 29.5% '잘 못함' 68.3%였다. 40대는 '잘함' 16.2% '잘 못함' 83.0%, 50대는 '잘함' 23.6% '잘 못함' 74.6%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1.8% '잘 못함' 6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 48.4% '잘 못함' 45.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3.9%, '잘 못함'은 73.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26.0% '잘 못함' 72.8%, 대전·충청·세종 '잘함' 29.8% '잘 못함' 63.6%, 강원·제주 '잘함' 15.4% '잘 못함' 82.1%로 조사됐다. 부산·울산·경남 '잘함' 28.6% '잘 못함' 68.7%, 대구·경북은 '잘함' 47.8% '잘 못함' 49.1%로 집계됐다. 전남·광주·전북은 '잘함' 22.9% '잘 못함' 75.9%로 나타났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3.5% '잘 못함' 74.9%, 여성은 '잘함' 32.1% '잘 못함' 64.6%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적쇄신 약속과 APEC·G20 정상외교 활약,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때문에 보수층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30% 회복 여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 인사들의 기용 여부와 김건희 여사 특검 여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야권은 김건희 여사 특검·채 상병 사건 관련 국정조사 등 정치적 반격을 노리고 있어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 유지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형식적으로나마 보여준 게 보수층 결집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지지율이) 조금 더 오를 수도 있었는데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 판결 때문에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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