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해외 M&A 등 생각 못할 상황…조속한 경영 정상화 필요"
[뉴스핌=함지현 기자]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16일 한일 롯데그룹의 '원리더' 자리를 맡게 된 이후 이렇게 말했다.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던 그는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롯데그룹의 전근대적인 경영이 도마에 오르자 이를 과감히 변화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에서는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장악력을 앞세워 총 세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누르며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체질을 바꿔가던 와중에 비자금 혐의와 관련한 대규모 검찰조사가 진행되면서 그가 추진하던 롯데그룹의 변화는 '올스톱' 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으로 약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조달, 국내 면세사업과 호텔·월드·리조트사업 등에 투자해 가치를 높여 나갈 방침이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사업 중 가장 비중이 큰 면세점과 관련, 동남아 지역의 해외면세점과 브랜드 인수에 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2조3872억원을 활용할 예정이었다.
이 밖에 호텔사업에 5350억원, 심양·하와이·일본 등 해외 호텔·리조트 신규오픈에 1700억원, 잠실 제2롯데월드·속초리조트 등을 신규오픈하는데 1800억원을 활용하고, 롯데월드의 시설확충과 테마파크 건설을 위해서는 1297억원, 리조트 부대시설 건설에 364억원을 각각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지난해 10월말까지 자신이 358억원을 들이고 호텔롯데가 1008억원을 들여 총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 중 83.9%에 해당하는 349개를 해소하면서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도 했다.
해외 인수합병(M&A)도 꾸준히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화학회사 엑시올(Axiall Corporation)을 인수, 기존 올레핀 및 아로마틱 사업에 더해 가성소다·염소·PVC와 같은 클로르 알칼리 사업까지 확대해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롯데 1년을 앞두고 맞은 대규모 검찰 수사로 인해 그가 그리던 변화는 멈춰섰다.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고, 엑시올 인수 역시 불발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신 회장발 변화의 탄력을 받아야 할 시기에 여러 사업이 주춤거리고 있다는 점을 넘어, 검찰 조사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또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 진행 중인 롯데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은 단순히 신동빈 회장의 개인 회사가 아니라 10만 임직원, 수십만명의 협력사 직원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반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이나 인수합병 등 새로운 사업을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기존 내수 사업의 매출 역시 목표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털어버릴 것은 빨리 털어버리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책임을 지더라도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