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 향하자 일본 넥슨 등기이사 사임…여론은 '악화일로'
[뉴스핌=최유리 기자] 진경준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김정주 NCX 회장(사진)이 일본 넥슨 법인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진 검사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넥슨의 실질적인 경영권은 유지한 채 등기이사직만 내놓는 것 역시 진정성 없는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13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29일 김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넥슨의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의 판단과 별개로 평생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며 "앞으로 넥슨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꿈꾸었던 미래지향적이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넥슨은 지난 3월 말부터 진 검사장에게 회사 돈으로 넥슨 주식 매입자금을 대줬다는 의혹 파문에 휘말렸다. 이후 김 회장은 이달 초부터 네 번에 걸쳐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특히 관련 의혹에 대한 넥슨의 초반 해명과 검찰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서 여론의 평가는 더욱 냉랭한 상황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13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5년 6월께 진 검사장에게 넥슨재팬 주식 매입 대금 4억2500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넥슨이 매입 대금을 빌려준 뒤 근시일 내 모두 상환받았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김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임을 놓고도 따가운 시선이 많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한 채 넥슨 등기이사직만 내려놓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주회사인 NCX가 넥슨재팬을 지배하고,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더구나 김 회장이 뇌물을 건넨 혐의로 실형 등이 확정될 경우 등기이사를 사임해야 하기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 식의 사과라는 지적이다.
넥슨 관계자는 "등기이사직 사임 외에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처벌 여부는 검찰 조사와 재판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뒤늦은 사과로 넥슨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넥슨은 '서든어택2 '선전성 논란에 성우 교체 이슈 등이 겹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에는 "넥슨 게임 보이콧에 참여하겠다"는 의견부터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인 만큼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면서 "다시는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엄중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됨에 따라 김 회장의 경영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회장 관련 수사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 비리를 수사하며 김 회장 비리와 관련해서도 광범위한 단서를 모은 만큼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