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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김성훈이 김성훈을 만났을 때…'터널'

기사입력 : 2016년08월08일 09:54

최종수정 : 2016년08월08일 10:56

[뉴스핌=장주연 기자]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는 큰 계약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내리면서 정수는 홀로 터널 안에 갇힌다. 눈에 보이는 건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 가진 건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전화와 주유소에서 받은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영화 ‘터널’의 시놉시스다.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의 초반 줄거리. ‘터널’은 한 남자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되면서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오프닝과 동시에 정수를 무너진 터널 속에 가두고 이야기를 본격적인 궤도에 올린다.

사실 ‘터널’은 앞서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또 다른 재난영화 ‘부산행’과 많이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피해자의 수 정도. 이 영화 역시 평범한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한다는 설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허술한 한국사회안전망을 지적한다. 중간중간 현사회 비판도 잊지 않는다. 물론 이번에도 그 칼날이 향한 곳은 무능한 정부와 특종에만 혈안이 된 언론이다. 피할 수 없는 재난 영화의 클리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터널’은 단 한 순간의 지루함 없이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쫀쫀하게 잘 짜인 스토리 덕이다. 전작 ‘끝까지 간다’(2013)로 칸국제영화제,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은 이번에도 제 장기를 제대로 발휘했다. 밀도 있는 전개에 빨려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순간순간 터지는 블랙 코미디 효과도 톡톡히 봤다. 김성훈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설정, 뜻밖의 재미를 안긴다. 일테면 개 사료 먹다 간을 안한다는 사실에 놀란다든가 탈출하지 못하고 자신의 차로 돌아오면서 “집에 왔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사실 여기에는 또 다른 김성훈(하정우의 본명)의 덕도 있다. 시나리오에 녹아있는 김성훈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이 하정우 특유의 대사 톤과 만나면서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물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이 코믹함 하나로만 밀고 가지는 않는다.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건 정수가 터널에 갇힌 지 16일째, 1차 구출작전이 실패하면서부터다. 이야기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면서 영화는 완전히 다른 색깔로 변한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뒤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이 그의 구출을 포기하면서 또 한 번 방향을 튼다. 지루할 틈이 없다.

유일한 오점은 그로부터 또 12일이 지나 정수가 갇힌 지 35일째 발견된다. 오달수(대경)에 의해 정수의 상황이 바뀌는데 그 과정이 너무 급하다. 탄탄하게 쌓아서 끌고 오던 전의 방식과 다르다. 마치 시간 내에 목표했던 엔딩을 만들고 말겠다는 듯 순식간에 모든 게 해결된다. 이와 관련, 김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그랬다. 고민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을 충분히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고 같은 장면이 너무 반복될 것 같아 축약했다”고 반론했다.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의 열연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사실상 이 영화는 하정우의 원맨쇼(긍정적인 의미다)로 봐도 무리가 없다. 하정우는 좌절하고 적응하고 절규하는 정수의 모든 얼굴을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당연히 터널 밖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 배두나, 오달수는 말할 것도 없고 김해숙, 정석용, 이철민 등 조연들도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전화만으로 쫀쫀한 호흡을 과시하는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세 사람의 합도 눈여겨 볼만하다.

재밌는 요소는 더 있지만, 스포일러상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시원하게 언급할 수 없는 탱이들(실제 현장에는 똑 닮은 곰탱이와 밤탱이가 함께 고군분투했다)의 활약과 예상치 못한 민폐 캐릭터 등장이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며 몰입도를 더한다. 오는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매드클라운은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다. 형의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란 안경을 낀 매드클라운의 친동생 조현철이면 몰라도.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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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10시 계엄 전 국무회의 개최 [세종=뉴스핌] 정성훈 최영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국무총리 보고 절차를 패싱한거 아닌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4일 총리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 계엄령 발표 직전인 밤 10시경 용산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12.04 yooksa@newspim.com 다만 해수부, 환경부, 공정위 등 일부 부처 장관은 세종이나 지방, 해외 일정 등으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 국무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해 국무조정실 및 총리비서실 등에 확인 중이지만, 아직 공식 답변은 받지 못했다.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지금은 전화를 받지 못한다"고 문자로 짧게 답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장관이 계엄령 선포 전과 후 열린 국무회의에 모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 중 반대나 이견을 표시한 장관은 없었다"고 전했다. 윤대통령 주재의 일방적인 회의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에 반대의견을 표시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은 향후 큰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대통령실 수석보좌관이 일괄 사퇴의사를 표명했고, 내각도 총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 보통 각 부처 장관이 국무위원으로 활동하며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국무조정실장, 인사혁신처장, 법제처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금융위원회위원장,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통상교섭본부장, 서울특별시장 등이 배석할 수 있다.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구성원이 동영상 및 음성이 동시에 송수신되는 장치가 갖춰진 서로 다른 장소에 출석해 진행하는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풀지 못한 의문은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는지 여부다.  계엄이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행정·사법권을 군으로 이관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계엄 선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해 총리가 참석했을 수는 있지만, 계엄 선포 절차 과정에서 총리에게 보고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간부들과 비상회의를 한 뒤 오전 2시 30분께 퇴청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바로 국무회의 통해 국회 요구 수용해 계엄 해제할 것. 다만 즉시 국무회의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 오는 대로 바로 계엄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2024.12.04 leehs@newspim.com 한편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10시 23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바 있다. 비상계엄 해제는 윤 대통령 담화문 발표 이후 6시간여 만이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함께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령되면서 전날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체계에 들어갔다. 이에 국회에 계엄군이 출동해 장악을 시도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켜 국회의원 190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 출동했던 계엄군도 철수했다. 비상계엄은 197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0·26사건을 계기로 마지막 선포된 뒤 45년 만이다. jsh@newspim.com 2024-12-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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