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범 교수, 국방대·한국국제정치학회 안보학술세미나 발제
[뉴스핌=이영태 기자] 국제사회 경제제재 등 대북압박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핵무기 개발 수준 고도화 이후 북한이 대화공세를 취할 경우 평화체제 논의에 나설 수도 있다며 한국 정부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진=블룸버그> |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30일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이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공동 개최하는 안보학술세미나를 하루 앞두고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일련의 정세 변화로 유추해봤을 때, 향후 북한의 대화 공세가 이어지고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북한의 대화 요구에 미국이 화답해 평화협정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도 이런 국면 전환의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미국이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적극적 제재 정책으로 전환했다며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안정에 위험 부담이 큰 북한 정권의 변화보다는 평화협정 논의를 고리로 한 비핵화 실현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과거에 비해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며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택가능한 정책으로 ▲현상유지 전략 고수 ▲대북제재 강화 ▲교착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협상국면 세 가지를 꼽았다.
다만 현상유지의 경우 지난 수년 간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핵개발을 방조해왔다는 점에서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고, 대북제재 강화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의 반발을 사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 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린 후 평화공세를 취하게 되면 미국도 협상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미국 정부의 평화체제 논의에 대비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누가 될 것인지를 비롯한 많은 문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특히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5월 초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고 언급한 것을 거론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란이나 쿠바의 예에서 보듯 강경책이 영원히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런 강경책이 협상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원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및 통일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역내 강대국 간 갈등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대중국 전략적 사고와 메시지 관리, 중국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공공외교 수행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과 한국국제정치학회가 31일 국방대 충무대강당에서 공동 개최하는 세미나는 ▲동아시아 질서변화 ▲주변국의 대한반도 정책 ▲향후 한국의 외교안보정책 3개 세션에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구성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