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약에 한국 필리핀 등 피해 우려·인프라·금속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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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주자가 당선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전날 트럼프 당선이 가시화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은 급락하며 패닉장을 연출했다. 하지만 당선이 확정된 뒤 개장된 유럽과 뉴욕 증시는 각각 폭락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랠리를 연출하는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대표적 트럼프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아시아 금융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무조건 아래를 향하기 보다는 트럼프 수혜를 입는 곳도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관련 영향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필리핀 등 피해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출처=블룸버그통신> |
트럼프가 당선되면 멕시코 다음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아시아로 꼽힌다.
지난 7월 노무라가 실시한 투자자 서베이에서는 보호무역 장벽과 안보 위협 등으로 아시아가 타격을 입을 확률이 높으며, 응답자의 77%는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75%의 응답자는 트럼프가 중국과 한국, 일본에 수출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점쳤다.
모간스탠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교역이 더뎌지고 불확실성이 늘면 투자와 성장은 후퇴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아시아 교역 및 안보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며 이는 아마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이체방크도 (트럼프 당선 이후) 빨라질 미국 성장세로 혜택을 입기 보다는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특히 북아시아 수출국들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아시아 국가로 한국과 필리핀을 지목했다. 한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퇴 및 방위비 증가 가능성 때문에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필리핀은 이민 제한에 발목을 잡힐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필리핀 해외 노동자의 35%가 거주하는 지역이며 이들이 자국으로 보내는 돈은 전체 송금액의 31%를 차지하는 만큼 이민 제한의 직격타가 예상되고 있다.
리서치업체 트루웰스 대표 킴 이스키안은 9일자 금융전문지 배런스(Barron’s)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가 약 2세대 정도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수입 덕분인데 트럼프 당선으로 당장 홍콩과 싱가포르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이 트럼프로 인해 좌초 위기를 맞게 된다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관련 성장 기대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신흥 동남아 국가의 피해가 예상된다.
동남아 국가들의 대미 무역 비중 <출처=블룸버그> |
◆ '트럼프 패닉' 과유불급.. 인프라, 금속 수혜 전망
물론 일각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트럼프 패닉’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헤지펀드 발키리아 캐피탈 매니저 니클라스 헤지백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9일 아시아 금융시장 매도세가 과했다며 “최악은 이미 지났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이미 항셍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통령 당선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상·하원 의석 싹쓸이로 의회까지 손 안에 넣게 된 트럼프 덕분에 인프라 관련 종목들도 대박을 노려볼 만 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노후한 미국 인프라시설 현대화와 기업 감세 등에 5000억달러 넘게 지출할 계획인데, 헤지백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인프라와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기 시작할 것이며 의회도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계획 추진은 순조로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건설 및 중공업 기계 관련 종목은 말할 것도 없고, 구리와 철광석을 생산하는 캐나다와 호주 광산업종이 상승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기초 금속 가격을 끌어 올릴 것이란 측면에서는 중국도 수혜국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금속 선물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 소식에 가파른 랠리가 이미 연출됐다. 철광석 선물은 7.6%가 치솟았고 구리 선물과 니켈 선물은 각각 6%, 5.1%씩이 뛰었다. 알루미늄 선물과 아연 선물도 각각 4%, 2.9%가 올랐다.
상품시장서 금속 가격이 오르자 홍콩서는 그간 주목 받지 못하던 원자재 업종들이 일제히 뛰었다. MMG와 장시구리, 중국알루미늄, CMOC 등은 모두 6~8%의 급등세를 보였다. 호주 증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사우스32가 7.4% 치솟고, 리오틴토와 BHP빌리튼이 7% 급등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