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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상희 기자] 중국 당국이 최근 시중 유동성을 축소하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장기화로 자본유출 우려가 확대되자, 통화 확대 대신 리스크 대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긴축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과 자본유출 방어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선 중국 당국이 비전통적 단기유동성 공급으로 통화정책의 ‘온건(穩建)기조’를 이어가되, 시중의 유동성을 조금씩 흡수하며 위안화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시중 유동성 축소로 위안화 가치 ‘완급’ 조절
최근 중국 당국의 유동성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유동성의 축소는 위안화 가치를 높여 환율이 인하되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지난 11월 한달 동안 단 150억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이는 9월과 10월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4600억위안과 4414억위안의 유동성을 주입한 것과 비교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의 중∙단기적인 방법에 집중돼 있다.
중국 당국의 유동성 축소 의지는 최근 시중 은행간 금리의 상승세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 은행간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시중 유동성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상하이 은행간 금리(시보∙SHIBOR)는 11월 들어상승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6일 기준 3개월물 시보금리는 3.1039%로 3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10년 12월 이래 최장기간이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1일물(O/N) 은행간 대출금리(하이보∙HIBOR)는 5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22bp(1%=100bp) 오른 12.3813%를 기록해 9월 19일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이보 1개월물은 9일 연속 상승해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지속되자, 역외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중국 당국이 개입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자,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정책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광대은행(光大銀行) 금융시장부 자금업무 담당 옌젠원(顏劍文) 부주임은 “최근 위안화와 홍콩달러 금리 정책 기조가 긴축 움직임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연말이라는 시기적 요인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도래 ▲중국 당국의 자금유출 억제 의지 등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 환율정책의 긴축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춘절(春節∙중국의 설)의 장기연휴가 끝나기 전까지 역외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신증권(中信證券)의 채권분야 밍밍(明明) 수석애널리스트는 과도한 유동성은 부채를 늘리고, 위안화의 절하 압력을 가중시킨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공개시장운용으로 시중 유동성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국은 부채를 축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위안화는 절하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통화 정책이 긴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홍콩 융룽은행(永隆銀行)의 샤오치훙(蕭啟洪)은 “연말과 춘절이 다가오면서 역내 자금 수요가 비교적 커질 것에 대비해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최대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역내와 역외 금리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긴축스탠스 언제까지...'돈가뭄 2.0시대' 우려도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유동성 축소가 확대되면서 전면적인 ‘자금경색’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긴축현상을 ‘돈가뭄 2.0시대’로 표현하면서 중국 당국의 통화긴축 움직임 확대로 유동성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자금유출이 확대되자 본격적인 시장 개입을 통한 긴축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인민은행은 20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내 비금융기업의 역외 대출액을 자기자본의 30%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기업의 역외대출 상한선을 설정했다.
여기에 미국이 지속되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 움직임을 간과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내건 보호무역주의 하의 대중국 무역제재를 비롯해, 중국이 민감해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활용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겠다고 미국에 물은 적이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통화정책의 긴축 움직임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연말이 되면 시장의 자금수요가 커지면서 자금의 가뭄현상과 함께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시장에 유동성 주입과 흡수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자본시장은 ‘긴축 속 균형을 이루는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신만굉원(申萬宏源) 연구원은 ‘2016년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중국 통화정책이 안정적 성장과 자산거품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온건하고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역RP 부채간의 만기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입장에 선 전문가들은 중국 통화정책이 2017년에도 ‘온건 기조' 하에 절하 움직임을 지속, 위안화 환율이 7.2~7.3 범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지준율과 금리인상 등을 통한 노골적인 통화 긴축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며, 주로 역RP와 MLF 등 비전통적인 중∙단기적 유동성 공급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은 6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3% 낮은 달러당 6.857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0.43% 절상했다는 뜻으로, 이는 지난 6월 6일 0.45%를 절상한 이후 6개월래 가장 규모가 크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 달러화 강세 압박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 달러 가치는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과 연준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 재확인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