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소형 상장사, 증자 횟수 중국보다 6배 많아
증자 기업들 대규모 손실 기록… 당국 우려 표명
[뉴스핌= 이홍규 기자]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간 교차 거래) 투자에서 홍콩 중소형주를 주의하라는 경고가 제기됐다. 대다수 홍콩 중소규모 상장사의 증자 횟수가 잦은데 그 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사업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60억달러 이상을 들여 홍콩 소형 상장사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의 투자 수익률 중간값은 마이너스(-)3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홍콩 증시가 상승세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 2011년 12월 이후 중소규모 상장사(시가총액 10억달러 이하) 290곳의 증자 횟수는 같은 기준의 중국 기업보다 6배 많았다. 또 지난 5년 간 이들 기업은 총 50억달러 이상의 순손실을 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25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통 주가에 단기 악재로 여겨지는 유상증자는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기 위해 진행되는데, 회사의 사업 전망에 따라 주가에 호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잦은 증자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 에미넨스엔터 투자자, 5년간 99.99% 손실
일례로 홍콩 부동산업체 에미넨스 엔터프라이즈는 지난 5년동안 총 8번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총 7번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에미넨스에 투자한 주주들은 지난 5년간 99.99%의 손실을 봤다.
에미넨스 엔터프라이즈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항생자산운용의 다이 밍 펀드매니저는 "중국 본토 개인투자자들이 얕은 지식을 갖고 이를 홍콩 주식에 적용할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사업도 함께하는 에미넨스는 다음달 최소 4억7820만홍콩달러(약 6170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회사 시가총액보다 무려 2배나 많은 규모다.
회사는 지난 10월말 기준 3억7600만홍콩 달러의 현금과 현금성자산 대부분을 다른 용도로 배정했고, 이번 증자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고 운전 자금을 확충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용처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후강퉁과 선강퉁을 통해 홍콩 투자를 허용한 중국 금융 당국이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홍콩 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홍콩 당국도 기업들에게 증자 계획에 대해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밍 매니저는 "본토 규제 당국은 개인투자자를 시장의 기반으로 보고 세심한 주의를 주고 있다"며 "홍콩이 본토 투자자를 끌어들여 거래량을 늘리고 싶다면, 보호 조치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홍콩 중소형주에 투자할 경우 이들의 증자 이력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자를 실시한 홍콩 중소형 상장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던 중국 개인투자자 순슝진 씨는 "끔찍한 느낌을 받았다"며 "나는 교훈을 얻었고 지금은 투자할 때 회사의 증자 이력을 항상 확인한다"고 통신과 인터뷰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